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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째 대입시험 본 중국인…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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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한 문제는 풀지도 못했어요.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겁니다.”
지난달 8일 중국 쓰촨성 청두의 대입시험(高考ㆍ가오카오)장. 54세 량스(梁實)씨가 취재진을 향해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데 이 남성은 학부모가 아니다. 올해 25번째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다. 보름 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점수는 750점 만점에 403점. 합격 커트라인에 27점 모자란다. 지난해보다 17점 떨어졌다. 하지만 아랑곳없다. “내년에는 문과로 바꿔서 시험을 봐야겠어요.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왜 이토록 대학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럼없이 “대학은 신성한 곳”이라고 말했다. 평생 대학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1983년 첫 시험을 치를 때만해도 ‘기초가 부족해서 그래’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후 내리 5차례 낙방했다. 가정 형편 탓에 다섯 남매 모두 진학을 포기했지만 넷째인 량씨만 유독 대학에 매달렸다.
그렇다고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건축자재 회사에 취업했다. 번듯한 직장에서 승진도 하면서 1992년 가정을 꾸렸다. 그로 인해 더 이상 대입시험을 볼 수 없었다. “만 25세 이하 미혼자만 응시할 수 있다”는 가오카오 규정 때문이다.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1999년 한해 100만 위안(약 1억7,500만 원) 수입을 올릴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그사이 난징 임업대 시니어스쿨에 합격했지만 가지 않았다. 그는 “성인교육과정은 제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에요. 반드시 4년제 쓰촨대에 갈 겁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001년 대입시험 나이 제한이 풀렸다.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20년 연속 시험을 쳤다. 매번 시험이 임박해 하루 12~13시간씩 공부했지만 학원에 제대로 다니지 않다 보니 성적은 제자리였다. “일을 해야 하니 다른 학생들처럼 규칙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잖아요. 숙제가 많은 것도 내키지 않고.”
자녀들은 달랐다. 미국과 영국으로 유학 보냈다. 덕분에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한때 울분을 토하던 아내는 체념한 듯 돌아섰다. “저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아요.” 그가 전한 가족들의 반응이다.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험의 왕’이라며 끈질긴 집념에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유명세를 즐기며 사업을 홍보한다”, “학벌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아냥도 상당하다. “만약에 합격이라도 한다면 꿈을 펼쳐야 할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면서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얹는다. “대학 진학이 집념이라고요? 제게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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