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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21.07.01 04:30
수정
2021.07.01 15:5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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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에 압장하기 위해 관객들이 공연장 옆 케이스포돔 안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 준비를 하고 있다. 엠피엠지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에 압장하기 위해 관객들이 공연장 옆 케이스포돔 안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 준비를 하고 있다. 엠피엠지 제공

“뭔가 아스트랄한 풍경을 보게 되실 거예요.”

지난달 27,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 입장하기 위해 관객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는 모습을 취재하던 중 현장 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아스트랄’이란 표현은 다른 세계에서 온 듯 별나고 기묘한 것을 말할 때 쓴다.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니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가수의 노래가 끝나면 으레 있어야 할 환호성이 없이 박수 소리만 들렸다. 이른바 ‘떼창’이라 말하는 관객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4,000명의 관객이 모였는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물론 흥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르는 이들도 일부 있었지만 주위의 눈초리 때문인지 금세 자취를 감췄다. 푸드존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벗고 있는 관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공연장 풍경이다. 관객들의 시민의식이 이처럼 높아졌는데도 정부는 이제야 대중음악 공연에 빗장을 풀었다. 지난해 11월 대중음악 공연을 ‘집합ㆍ모임ㆍ행사’로 분류해 관객을 최대 99명만 받도록 제한한 뒤 7개월 만이다. 그사이 뮤지컬과 클래식 공연 등에는 문을 열어줘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만 지키면 대규모로 공연을 열 수 있게 했다. 일부 대중음악인들은 클래식 요소를 강화해 크로스오버 장르를 표방하는 '편법'으로 공연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방역당국과 지자체,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임을 서로 떠밀며 공연장 문을 틀어막으려 애쓰는 동안 중소규모 공연이 여기저기서 열렸지만 관객들 사이의 집단감염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식당과 카페, 주점, 종교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국내 가수가 월드스타가 되면 청와대는 어김없이 이들을 초청해 생색을 낸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에 정부가 대중문화에 보여준 관심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해외 각국 정부가 공연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콘서트 현장 방역에 국가 예산을 쓰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주관한 엠피엠지의 김상규 대표는 “예년 관객의 4분의 1 수준밖에 받을 수 없어 적자가 불가피한데도 공연을 추진한 이유는 어떻게 해야 안전한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직접 시험해보고 모범 사례를 만들기 위해”라고 했다. 엠피엠지는 공연 장소가 아닌 올림픽공원 내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을 사흘간 대관해 임시 방역 센터를 만들었고, 1만여 개의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마련해 모든 참석자가 음성 확인을 받은 뒤 입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올림픽공원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체육산업개발은 방역에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고 케이스포돔 대관료까지 100%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계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어렵사리 시험 무대를 치르며 안전한 공연을 위한 표준과 매뉴얼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지난 1년간 관객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을 감안하면 관객 수를 더 늘려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쇼는 계속돼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결국 공연 기획자들은, 관객들은 코로나19를 피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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