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기자의 눈] 스스로 의심하는 고소인에 손 내밀어야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같은 거 믿지 마세요."
사기 피해를 입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윤모(45)씨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담당 수사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윤씨는 수사기관이 새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게 없다 보니 유튜브에 의존해 정보를 찾았다고 한다. 유튜브에선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피의자 진술조서를 받아볼 수 있다고 했지만 잘못 알려진 정보였다.
윤씨는 한국일보의 검·경 수사권 조정 6개월 기획기사 '블랙홀에 빠진 내 사건'을 읽고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바뀐 제도가 너무 복잡해 경찰과 검찰에 절차를 캐물으면 '예민한 사람'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때마다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일보 기사를 보니 내가 아니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그나마 안심이 됐습니다."
이처럼 형사사법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평범한 시민들이 유튜브에 돌아 다니는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하다 보니 스스로를 탓하고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신의 '권리 찾기'가 문제없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뒤 위안을 받는 현재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결에 필요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 형사사법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권력 재편에만 몰두한 나머지, 시스템을 직접 이용하는 국민들 불편은 안중에 없었다. 이제라도 '공급자 편의주의'에서 빠져나와 수요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제도 개선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일보 보도를 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 형사사법시스템을) 법무부가 홍보해야겠다"고 밝혔다.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문제를 인식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제도 홍보에 그칠 문제는 아니다. 수사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수사 단계마다 충분하고 완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사 결과에 승복하고 시스템을 존중하게 된다.
경찰은 일선에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고소인 응대를 최대한 성실히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를 수사기관의 의지에 맡기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법령과 규칙으로 수사기관의 단계별 정보 제공 의무를 명시하는 것이다.
결국 시급한 건 올해 법을 개정해 보완하는 일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새 형사사법시스템을 이루는 형사소송법과 검사와사법경찰관 협력수사준칙(대통령령) 등을 국민의 시각에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국민에게 손을 내미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다.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