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공사중, 학교생활은 정체중 

입력
2021.07.0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교는 해마다 공사를 한다. 열린교실을 만들 때 교실 벽을 헐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막느라고 공사를 했다. 사교육을 잡는다며 방과후학교를 도입할 때는 일반교실을 칸막이하면서까지 방과후교실을 만들었다. 교육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명칭이 바뀌었을 때는 과학실 현대화 공사를 했다. ‘오린지’를 강조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영어체험실을 만들었다. 교육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 때는 겨우 마련한 특별교실까지 빼서 돌봄교실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각종 현대화사업이라는 말이 붙어서 학교는 연중 공사 중이었다. 이렇게 해마다 공사를 하는데 학교생활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 교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꼭대기 층 교실은 여름이면 더 고달프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자마자 반갑지 않은 녀석들이 훅 달려든다. 마루 바닥 곰팡이 냄새와 아침부터 후끈거리는 더위다. 곰팡이는 내가 앓고 있는 만성비염의 주범인데 여름이 되면서 냄새도 짙어진다. 미세먼지 상태를 알리는 앱은 대기상태가 “나쁨”이라고 경고를 알리지만 아이들 오기 전에 환기부터 하려고 창문을 연다. 마스크를 쓰고 층층계단을 올라와 아침 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나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아이들이라고 왜 아니겠는가.

학교를 둘러본 소감이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추위, 더위, 냄새가 남아 있다. 대신 꼭 있어야 할 탈의실, 휴게실, 샤워실, 회의실이 없다. 역대 정부에서 그 많은 학교 공사를 해마다 했는데 이거 하나 해결을 못 했다니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 정부에서도 공간혁신이라는 말을 붙여 ‘그린스마트스쿨’ 같은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동안 토건사업이 불러온 실패를 더 이상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교라는 공간을 사업이 아닌 생활의 장으로 우리 모두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다.

공간혁신도 이 마음으로 곱씹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간혁신 하면 공사부터 떠올리는데 여기서 그간의 시행착오가 반복되었다. 공간혁신은 공사가 아니라 공유여야 한다. 즉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을 구성원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할 것인지 해법을 찾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공간혁신이다. 이 관점으로 학교를 바라보면 공유 장소, 공유 대상, 공유 시간, 공유 규모를 고려하여 학교 공간 공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과제가 드러난다. 학교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항들만 꼽아봐도 다음과 같은 공간혁신 과제들이 시급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첫째, 공간 접근성을 높이자. 접근성이 가장 좋은 1층에는 도서실, 저학년 교실, 행정실을 두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장실과 교무실은 층간소음마저 없는 꼭대기 층에 두어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주사용 공간을 배치하자.

둘째, 공간 활용도를 높이자. 화장실, 복도, 계단 등 건물 안 모든 실내 공간에 냉난방 시스템을 작동하여 일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도록 해서 구성원 모두가 쾌적한 실내 공간을 적극 활용하자.

셋째, 공간 점유율을 높이자. 학생 30명이 20평 교실에서 살아갈 때 1인당 평균 공간 점유 면적은 0.7평이다. 이는 교도소 재소자들이 1실에서 점유하는 공간보다 좁다. 영재학급은 학생 수가 20명 이하로 정해져 있는데 일반학급은 그 기준도 없으니 이참에 일반학급 학생 수도 20명 이하로 줄이자.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