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하마스' 기나긴 전쟁, 그 끝은?

입력
2021.07.03 05:00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들이 지난달 11일 아무런 복구 작업도 할 수 없는 상황 탓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벌인 이른바 '5월 전쟁'(5월 10~21일)은 이 둘의 오래된, 그리고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재확인시킨 사건이었다. 휴전협정 발효(5월 21일) 이전인 5월 17일 유엔 발표에 따르면, 어린이 68명을 포함해 28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후 발생한 네 차례 충돌(2008년, 2009년, 2012년, 2014년)보다 큰 규모다.

대부분의 피해는 가자에서 발생했다. 어린이 66명 등 256명이 숨졌고 94개 건물이 파괴됐으며 7만2,000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하마스가 발사한 4,360여 발 로켓의 90% 이상이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돼 공격에 실패한 반면, 이스라엘은 1,500회가 넘는 폭격에 성공한 탓이다. 무기 경쟁이 전혀 되지 않는 주체들 간 전쟁인 셈이다.

셰이크 자라, 5월 전쟁의 시작점

5월 전쟁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구(舊)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셰이크 자라 내 갈등에서 촉발됐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릴 것이란 소식이 충돌의 도화선이 됐다. 아랍인들은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5월 7일 이슬람교과 유대교 양측 모두에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이스라엘 경찰에 돌을 던지며 시위를 했고, 이스라엘 측도 강경 진압으로 맞대응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격화하자 하마스는 5월 10일 저녁 6시까지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성전산(Temple Mount, 유대인의 성지)' 등에서 이스라엘 경찰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당연히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결국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면서 ‘5월 전쟁’은 시작됐다.

셰이크 자라는 1948년 이래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이·팔 영토분쟁의 축소판 지역이다. 무슬림들이 주로 살던 곳이지만, 유대인들이 시온(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한 1870년대 당시 오스만령 팔레스타인 아랍인들로부터 이 지역 땅을 사들여 그 세를 확장했다. 1948년 1차 중동전쟁 이후 요르단 통치지역인 동예루살렘과 이스라엘 통치지역인 서예루살렘 사이의 무거주지였으나, 1956년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가정 28가구가 이곳에 거주해 왔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이를 예루살렘 행정구역으로 편입해 통치하기 시작했는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이런 불법 점령은 현재까지 이어져 갈등을 낳고 있다.


올해 5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으로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3일 숨진 다이애나 아부 알오프의 장례식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추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일한 저명한 의사 아이만 아부 알오프는 이번 공습으로 다이애나를 포함해 가족 14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가자=AP연합뉴스


또 다른 '종교전쟁' 성격도

물론 5월 전쟁의 배경에선 종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알아크사 사원과 성전산이 충돌의 중심이 된 사실에 비춰볼 때 5월 전쟁은 종교전쟁의 성격을 띤다. 여기에다 4월부터 쌓여 온 종교 갈등이 더해졌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는 4월 13일 밤, 이스라엘군에 의해 벌어진 알아크사 사원 확성기 케이블 절단 사건이 있었고, 라마단 기간 첫 금요일에는 알아크사 출입을 1만 명으로 제한해 무슬림의 공분을 일으킨 일도 발생했다. 옛 시가지의 무슬림 거주 지역으로 들어가는 다마스쿠스 문 봉쇄 사건, 유대 극보수단체 ‘레하바'의 예루살렘 성전산 유대인 깃발 행진 등도 더 큰 다툼을 부채질했다.

결국 본래 무슬림에게는 '까드르의 밤'(권능의 밤), 유대인들에겐 '예루살렘의 날'이 있는 축제의 달인 5월이 양쪽 모두한테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올해는 심지어 두 날이 겹친 특별한 해이기도 했다. 예루살렘의 날(5월 9일 일몰부터 10일 일몰까지)은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통곡의 벽 접근을 회복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까드르의 밤은 라마단월 마지막 10일 중 하루로, 죄를 용서하고 전쟁을 중지하는 날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AP통신 등 해외 언론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 5월 15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맞아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이·팔 모두 '정치적 불안정성' 표출

5월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각각의 정치적 불안정이 그대로 표출되기도 했다. PA는 서안지구 중심의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세속주의) 기반인 '파타'와 가자지구를 토대로 한 이슬람주의 기반 '하마스' 간의 협력과 견제 구조로 운영된다.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협정을 맺은 파타가 이후 자치정부를 장악해 왔다. 그런데 파타계의 총선 패배를 예상한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이 올해 5월 22일로 예정돼 있던 총선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내부 분열이 심화했다. 이번 무력 충돌이 정확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경 대응파인 하마스는 전쟁을 통해 세를 확대하려 했던 반면, 파타계는 전쟁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치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2019년~2021년 네 번의 총선을 치렀으나 어느 한 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속한 리쿠르당 주도의 연정 구성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 무력 위기 조성이 외부로 문제를 돌리려는 네타냐후 전 총리의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선포한 시점에 전쟁이 촉발한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질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이 중동 및 세계 여러 지역의 분쟁을 잠시 잠재웠다'는 가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이후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일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잠재된 분쟁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5월 전쟁은 이스라엘의 차별적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항전 성격도 짙다. 또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선언'을 비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기 눈에 띄었던 미국의 '이스라엘 편애' 정책도 갈등 원인 중 하나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에레츠 체크포인트(검문소). 정상률 교수 제공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평화는 어디에

결국 5월 전쟁은 영토·종교·예루살렘 주권 갈등은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내부 정치, 미국의 대(對)이·팔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랜 역사성을 가진 '정체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휘발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휴전에도 불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의 끝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2012년 11월 29일 유엔총회에서 PA는 표결권이 없는 옵서버 '단체 지위'에서 '국가의 지위'로 승격되긴 했으나,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승인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의 현실화는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몇몇 국가와 '아브라함 의정서 평화협정'을 맺으며 외교의 벽을 허문 것도 팔레스타인의 고립을 심화하고 있다.

5월 전쟁은 오랜 기간 쌓여 왔던 서로에 대한 증오심에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하고 말았다. '폭력의 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시온, 블레셋(팔레스타인)에서의 '평화'는 어디에 있는가.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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