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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휘두르던 '검사 윤석열', '정치인 검증' 칼날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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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잠행과 전언 정치를 끝내고 링 위에 오른 것이지만, 그가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사 윤석열'이 사법 칼날을 휘두르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면, ‘정치인 윤석열’은 자신의 도덕성과 정책 비전을 겨누는 날카로운 검증 칼날을 견뎌야 한다.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벗고 국민들에게 출마 명분을 납득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다. 유례없는 전직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은 아니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는 분명히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도와 달리 그간 수사와 검찰조직에 대한 중립성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내놓은 답변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야권의 명실상부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그의 입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9개월이 남아 있는 대선 가도에서 지지율이 흔들린다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명분이다.
검사 시절 윤 전 총장은 탁월한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얻은 '반문(反文) 상징성'이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다.
여야 경쟁주자들이 갖춘 현실 정치와 행정 경험이 일천한 것은 가장 큰 약점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나라를 통치하는 데 검찰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고 공개 저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주자들의 견제구가 정책 역량 검증에 집중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대선 출정식에서 밝힌 자유민주주의와 공정, 법치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이후 다양한 전문가들의 '속성 과외'를 받았다지만 윤 전 총장은 현안에 대한 질문에 똑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의 국정 운영 비전과 정책 마련을 도울 참모진 인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출마 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발판 삼아 '기선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장외 주자인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 행사에 제1 야당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등 야권은 기대감에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탄탄대로를 걸으려면 자신을 겨냥한 도덕성 검증을 뛰어넘어야 한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X파일 논란'은 언제든지 여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소재다. 도덕성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언제든지 대안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선출직 공직자로 나가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X파일에 대해선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일방적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규정했다.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아니라 무시 전략을 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불씨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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