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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시민 살해하고선 "코로나 감염" 강제 화장

입력
2021.06.29 18:00

軍실탄에 숨진 여고생 시신에 '코로나 확진' 표시
코로나 확산세 심각... 수치도 "더 조심해야" 당부

지난 23일 미얀마 사가잉주 깔라이 마을에서 군부가 쏜 총탄에 숨진 마이 누암 자 타잉의 생전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지난 23일 미얀마 사가잉주 깔라이 마을에서 군부가 쏜 총탄에 숨진 마이 누암 자 타잉의 생전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현지에서 급격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또다시 악용하고 나섰다. 죄 없는 시민들을 사살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고인의 몸에 '코로나19 확진자' 거짓 딱지를 붙인 것도 모자라, 유족에 화장을 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29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가잉주(州) 깔라이 마을에 주둔하던 정부군은 지난 23일 오후 9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 중이던 10대 소녀 마이 누암 자 타잉(19)을 향해 실탄을 쐈다. 총알은 타잉의 다리를 관통했고,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한 시간 후 사망했다. 다음 날 믿기 힘든 소식을 듣고 황급히 군 병원을 찾은 타잉의 유족은 시신에 붙은 '코로나19 확진자' 표식을 목격했다. 의아해하는 유족에게 군 병원 의료진이 "사인은 과다출혈"이라고 거듭 확인했으나, 깔라이 정부군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은 타잉을 즉시 화장하라고 압박했다. 유족은 "사고 당일까지 타잉에게 그 어떤 코로나19 관련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관계를 좀 더 확인하고 싶었지만, 군이 숨진 타잉의 얼굴만 보여준 뒤 보고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에 뒤늦게 입학해 대학 진학을 꿈꾸던 19세 여학생은 그렇게 한줌의 재가 되어 묘지에 묻히고 말았다.

군부의 코로나19 사태 악용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군은 쿠데타 초기였던 지난 2월 20일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평화 시위에 참석했던 현지인 A씨에게 실탄을 발사해 부상을 입혔다. 이후 그는 만달레이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달 24일 끝내 사망했다. 군은 당시에도 A씨를 코로나19 감염자라고 주장하며 화장부터 진행했다. A씨 유족은 "총상과 구타로 인한 사망"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관련 증거는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지난 1월27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지시를 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지난 1월27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지시를 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코로나19 사태를 위기 모면용으로 활용하는 군은 정작 기초적인 방역 역량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군정 보건부 발표를 보면, 전날 전국의 신규 감염자는 쿠데타 이후 최대인 1,225명에 달했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군부의 일일 검사 수가 쿠데타 직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500여 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감염자가 훨씬 더 많을 게 뻔하지만, 치료를 위한 확인조차 하기 힘든 게 미얀마의 현실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재확산 실태를 접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국민들을 다독이고 나섰다. 그는 전날 수도 네피도 특별법정에서 열린 본인의 재판에 참석한 변호인을 통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잘 쓰는 등 코로나19를 조심하면서 지냈으면 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공개했다. 쿠데타 군부는 수치 고문에게도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를 뒤집어 씌운 상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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