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입력
2021.06.30 04:30
22면

편집자주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다음 달 열리는 '2021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브람스 실내악 작품을 연주하는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다음 달 열리는 '2021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브람스 실내악 작품을 연주하는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지난해 여름 클래식 축제가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에 집중했다면, 올 여름의 키워드는 '브람스'다. 7, 8월 열리는 곳곳의 축제 덕분에 관객들은 마음만 먹으면 브람스가 쓴 기악 작품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

우선 더하우스콘서트가 다음 달 '2021 줄라이 페스티벌(JULY FESTIVAL)'을 기획했다. '여름에 만나는 브람스'라는 부제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브람스 작품들을 공연한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 특성상 편성이 작은 작품들 중심으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브람스의 독주곡과 그가 남긴 대부분의 실내악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브람스가 몇몇의 악기들을 빌려 전하는 내밀한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볼 수 있다. 올 여름 예술가의 집 주인은 브람스다.

8월엔 롯데문화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1 브람스&피아졸라'가 있다. 열흘간 열리는 축제인데, 역시 브람스 작품이 중심이 된다. 격리 시설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합류할 크리스토퍼 포펜 예술감독이 축제를 지휘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도 수용 가능한 클래식 공연장인 만큼, 브람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브람스의 교향곡뿐만 아니라 피아노협주곡 2개, 바이올린협주곡, 2중협주곡 등 브람스의 큰 작품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여름 동안 관객들은 브람스가 남긴 거의 모든 유명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평소 만나고 싶었던 연주자들을 섭렵할 기회이기도 하다. '2021 줄라이 페스티벌'에만 무려 168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올해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아레테 콰르텟과 에네스쿠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첼리스트 한재민 등이 무대에 선다.

5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도 '2021 줄라이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5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도 '2021 줄라이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2개의 축제에서 가장 기대할 만한 공연은 브람스의 교향곡들이 연주되는 날이다. 브람스가 남긴 교향곡은 모두 4개. 그가 작곡한 장르 중 가장 사랑받으면서 브람스 예술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클래식 레볼루션 2021'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해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2021 줄라이 페스티벌'에서도 브람스 교향곡들이 연주된다. 피아니스트들이 합심해 두 대의 피아노로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브람스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직접 편곡했다.

브람스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한 작곡가다. 감정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형식 속에 가뒀다. 하지만 교향곡 4번의 도입부처럼 아무리 슬픔을 가둬도 한숨과 눈물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브람스는 가을의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브람스의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를 담은 음악들이 유독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브람스 음악에서 평생 고독한 삶을 보냈던 작곡가의 삶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뤄질 수 없었던 클라라 슈만과의 사랑을 그려 보기도 한다. 유독 가을에 브람스가 인기가 많고, 공연장도 관객 수요에 발맞춰 브람스 공연을 더욱 자주 무대에 올려왔던 이유다.

그렇다고 해도 여름 역시 브람스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브람스의 많은 작품들이 여름 피서지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2번이 있다. 브람스는 자연에 둘러싸인 휴양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며 작품에 들어갈 재료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교향곡 2번은 따뜻한 햇볕과 산들바람이 호른의 주제를 타고 불어오며 시작한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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