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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파트 붕괴 닷새째 '실종자 생존 0'... 악천후에 구조작업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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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rescue)에서 복구(recovery)로 전환하는 시점 같은 건 정하지 않았다. 끝까지 생존자를 찾아낼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닷새째인 28일(현지시간)에도 ‘실종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유해 추가 수습으로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고,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도 여전히 150명에 달한다.
생존자 수색·구조 작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추가 붕괴 위험 탓에 가뜩이나 더딘데, 악천후까지 겹쳤다. 마이애미 기상청은 향후 일주일간 돌풍과 폭우를 예고했다. 건물 잔해 구조물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구조당국은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가 무너져 내린 폐허 속에서 희망을 건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구조대 400여 명이 12시간씩 2교대로 번갈아 작업 중이다. 미 육군 공병대도 동원됐다.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콘크리트 슬래브를 하나씩 제거하고, 야구공 크기만 한 잔해까지 일일이 헤쳐가면서, 어디선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기적의 생존자’를 찾아나서고 있다. 잔해 깊숙이 카메라를 투입해 ‘에어 포켓’도 일부 발견했다. 비슷한 빈 공간이 군데군데 생겼다면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얘기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시장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붕괴 원인 규명 작업도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과정을 조사했던 미 상무부 산하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전날 밤부터 현장에 투입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구조공학자, 지질공학자 등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NIST 조사팀은 건물 자재와 건설 당시 적용된 건축 법규, 건물 주변 지반 등에 대해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이와 별개로, 서프사이드 시당국도 유명 구조공학자 앨린 킬셰이머에게 붕괴 원인 조사를 맡겼다. 그는 9·11 테러로 인한 국방부 청사(펜타곤) 붕괴, 2018년 플로리다국제대 인근 육교 붕괴 사고 등의 조사를 위한 자문단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수색 과정에서 붕괴 원인을 찾는 데 유의미할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도 발견됐다. 가로 38m와 세로 6m, 높이 12m에 달하는 구조물이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포렌식 가치가 있는 잔해를 발굴했다”며 정밀 검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관련자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일간 마이애미헤럴드는 참사가 일어나기 36시간 전인 22일, 해당 아파트 수영장을 점검한 건설업자가 찍은 수영장 장비실 사진을 공개했다. 벽 곳곳이 부서져 철근이 노출돼 있고 바닥은 물로 흥건했다. 수영장 보수공사 입찰을 위해 방문했던 이 건설업자는 “주차장 전체에 물이 고여 있었고 수영장 아래 콘크리트 철근 부식도 심했다”며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하면서 이 정도로 유지 보수가 안 된 건물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방수 결함 문제는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1995~2000년 건물 관리인으로 일했던 윌리엄 에스피노사는 “주차장 바닥엔 항상 물이 차 있었는데, 특히 만조 때 심했다”며 “대형 펌프로 물을 빼내는 게 직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고 지역방송 CBS4에 밝혔다. 아파트 주민들도 붕괴 직전에 주차장 침수를 목격했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건물 하부부터 붕괴가 시작됐을 거라는 전문가들 견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붕괴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주거 건물들이 바닷가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서프사이드 북쪽 서니아일스비치는 주변 일대의 ‘완공 40년 이상’ 노후 건물 59곳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했고, 보카레이튼도 건물 인증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이애미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6층짜리 이상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45일 안에 안전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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