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베트남 부동산의 명암 "푸꾸옥 열리면 투자 급증할 것"

 "푸꾸옥 열리면 투자 급증할 것" 코로나 시대 베트남 부동산의 명암

입력
2021.07.01 04:40

<28> 기지개 켜는 부동산 시장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지난 1일 베트남에어라인 국제선 근무 직원이 텅빈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에서 자사 모델의 입간판을 쳐다보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결국 투자를 접기로 했다. 수익률은 확실한데 현지로 갈 수가 없으니 더 이상 방법이 없더라."

지난달 휴대폰 너머로 전해지는 한국인 A씨(52)의 한숨은 길었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 발전 가능성에 주목, 2017년부터 휴가 기간을 활용해 골라 둔 호찌민의 아파트 구매 계획을 막 포기한 터였다. 베트남은 자국 부동산의 최종 매매 계약을 반드시 현지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사업가라면 한 달 이상의 격리 기간을 감내해서라도 베트남을 다녀왔겠지만, 월급쟁이인 그는 직장에 매여 있는 몸이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직전인 작년 1월 말,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고 호찌민에 가서 재빨리 계약한 사람들만 승자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19는 기업 부동산 영역의 투자도 위축시켰다. 액수가 큰 사업이다 보니 충분한 사전 실사와 최고위급의 현장 판단이 중요한데, 이런 절차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로 하노이 도심의 B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국 기업 10곳 중 8, 9곳이 지난해 투자 계획을 접었다. 베트남에서 18년째 컨설팅 업체를 운영 중인 C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달 60~80건의 투자 연결이 기본이었는데, 이젠 10건도 못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현지 부동산의 큰손 역할을 해 온 한국 등 외국 투자자의 공백은 베트남 전체 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30일 베트남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하노이의 신규 아파트 공급량은 전년 대비 60% 감소한 3,100가구에 그쳤다. 이것도 그나마 외국인 투자가 이미 완료된 2,800가구 물량이 계획대로 풀려 가능했을 뿐, 신규 투자 사업은 줄줄이 유보됐다. 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진 호찌민에서도 지난해 시장에 공급된 건 2만5,300가구에 불과했다. 최근 5년 내 최소 물량이다.

푸꾸옥ㆍ꽝닌성, 반전의 땅 되나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인 끼엔장성 푸꾸옥의 모습. 현지매체 핑 캡처

코로나19의 '위력'은 1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난 4월 27일 전염병이 재확산되면서 베트남 정부는 모든 입국자들에게 사실상 4주의 격리기간을 적용했다. 당연히 국제사회와 연계된 각종 직군의 종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4주 격리는 베트남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는 취지의 민원이 쉴 새 없이 중앙정부를 향했다.

결국 베트남은 이달 초 끼엔장성(省)의 푸꾸옥섬과 북부 꽝닌성에서 '입국 후 격리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방역 문턱을 낮출 자신은 없으니, 몇몇 핵심 지역에서 급한 불부터 끄자는 취지다.

우선 관광산업 부흥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는 푸꾸옥은 백신여권을 가진 관광객에 한해 시설 격리를 면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현지 백신 접종률이 3.6%를 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입국자가 섬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일 공산이 크다. 꽝닌성은 7월 한달간 백신 접종을 끝낸 외국인들의 격리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한다. 이곳의 경우, 대다수 입국자들이 육로를 통해 북부 하이퐁·박장·박닌성 등에 위치한 산업단지로 뿔뿔이 흩어질 게 뻔해 최소 일주일의 마지막 안전장치를 뒀다.

다소 결이 다른 두 지역의 방역책에 부동산 업계의 대응도 분주해졌다. 일단 아파트나 오피스 사업 등 소규모 단발성 투자 건은 푸꾸옥에서 최대한 빨리 미팅을 갖고 계약 완료부터 하려는 분위기다. 반면 실사가 중요한 대규모 기업 투자는 꽝닌성에서 일주일 격리를 하더라도 현장을 안정적으로 찾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호찌민의 D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온라인으로 매물 정보를 계속 확인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푸꾸옥 개방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중국과 싱가포르 등도 같은 방식을 검토 중이라 푸꾸옥발(發) 베트남 부동산 투자의 급증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개발 호재 여전… "절차 확인 철저히"

지난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중심업무지구인 바딘 지역 모습. 왼쪽부터 한국의 롯데타워와 싱가포르의 캐피털 플레이스, 베트남 빈그룹의 빈홈 메트로폴리스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물꼬만 트인다면 베트남은 여전히 매력적인 부동산 투자처다. 우선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 거시경제가 건실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베트남은 지난해 국민총생산(GDP)이 2.9% 상승했다. 끊기지 않은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창출된 수많은 일자리는 시골 노동자와 가족을 도시로 이동시키는 안정적인 촉매제다. 이와 관련, 베트남 건설부는 자국 인구 9,700만 명 중 최소 6,000만 명이 2030년까지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본다.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구가 1,9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안에 현재 인구의 두 배 이상이 도심으로 신규 유입된다는 뜻이다. 이들을 위한 아파트와 생활시설 등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개발 여력은 하노이 쪽이 더 크다. 올해 하반기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기대하는 현지 건설업계는 하노이에서만 12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자연친화 아파트 단지부터, 주상복합 건물, 레지던스 호텔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지하철과 도시순환도로가 연결될 꺼우자이와 남뜨리엠·시푸차 등의 발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투자비 회수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하노이의 아파트값은 평방미터(㎡)당 2,100달러로 동남아 주요 도시 중 14위에 그쳤다. 1위 싱가포르(1만8,000달러)의 9분의 1 수준이다.

호찌민의 경우, 3,786달러로 동남아 4위로 높은 편이지만 호재는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거주가 많다 보니, 최고급형 아파트(하이엔드) 수요가 여전하다. 게다가 시 당국이 투득 및 뚜띠엠 지역 전체를 스마트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베트남 부호들의 유입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물론 분위기에 휩쓸린 성급한 투자는 금물이다. 2015년 7월 부동산법을 재정비한 베트남에선 더 이상 과거처럼 주먹구구식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베트남 당국이 부동산 투자의 서류 등록, 세금 납부 절차를 안 지키는 외국인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권을 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베트남 호찌민의 도심과 뚜띠엠 지구를 잇는 교량 건설 현장 모습. 호찌민시는 뚜띠엠으로 향하는 다리를 4개 더 짓고 있다. 징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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