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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서 불신으로…리스크 된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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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아이언맨’, ‘괴짜 천재’, ‘제2의 스티브 잡스’, ‘책벌레’.
기대감부터 불러왔다. 방대한 독서량에서 그려진 상상력을 현실로 가져온 사례가 적지 않았기에 묘한 대리만족도 더해졌다. 예사롭지 않게 붙여진 그의 별명에서 감지된 분위기는 그랬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일론 머스크(49)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이유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그의 숱한 도전에 대중도 열광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의 트위터엔 전 세계에서 모여든 5,756만여 명의 팔로워가 북적댄다.
그의 존재감은 20여 년 전 이미 드러났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당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엑스닷컴(페이팔 전신)’ 개발로 며칠씩 걸렸던 송금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경쟁사였던 이베이마저 굴복시켰다. 2004년 뛰어든 전기차 분야에선 테슬라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데 이어, 지난 5월엔 인류 최초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안착시키면서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순탄치 않았던 유년시절을 딛고 일궈낸 성과여서 가치는 배가됐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9세 때 부모의 이혼을 지켜봐야 했고, 학창시절 ‘왕따’로 지냈지만 묵묵히 꿈을 이뤄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불신의 대명사’로 전락하면서 역주행만 거듭하고 있다. 당장 가상화폐 시장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등에 대해 쏟아낸 변덕스러운 호평과 혹평은 가상화폐 시장을 패닉으로 몰았다. 그 사이 애먼 피해자들만 늘었다. 오죽했으면 국제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로 추정되는 세력에 “머스크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됐다”며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을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입방정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든 머스크에 대해 “한국 주식이었다면 사법 처리받았을 것”이라며 꼬집었다.
테슬라의 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품질 문제가 대두된 데다, 현지 토종 업체들의 약진에 고전 중이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올해 3월 세계 시장에서 29%를 기록했던 테슬라 전기차 점유율은 4월엔 11%로 급락했다. 올 초 1,000달러 선에 육박했던 테슬라 주가도 60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핵심 참모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7일 머스크의 최측근인 제롬 기옌 테슬라 트럭 담당 사장이 11년 만에 회사를 떠났고, 4월엔 앨 프레스콧 최고 법무담당도 사임했다. 이들의 이탈은 머스크의 독단적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비견된 머스크에 대한 평가를 예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실망을 넘어 배신에 가깝다. 오너리스크와 연관된 리더십 부재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던 그에게서 확인해 씁쓸할 뿐이다. 머스크도 이젠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현실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일부 기업들에 보낸 뉴욕타임스의 경고는 냉정하게 다가온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몰락의 씨앗은 종종 모든 것이 만사형통일 때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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