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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사회서비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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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보육ㆍ노인ㆍ장애인에 대한 돌봄 등 사회서비스의 공적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사회서비스원’ 정책이 누더기가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뒷받침할 법안은 국회에서 형해화된 채 표류하고 있고 고용 효과도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
□ 사회서비스원의 목적은 어린이집 교사, 요양보호사 등을 지자체가 직접 고용해 서비스질을 높이고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복지 정책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사회서비스공단’ 형태로 설립하겠다던 당초 목표는 민간시설들의 반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시범사업으로 현재 11개 시도에서 사회서비스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종사자들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지난 21일 '사회서비스원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지자체가 신규로 복지사업을 위탁할 때 사회서비스원이 우선권을 가진다는 조항이, 민간기피 분야만 우선 위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후퇴했다. 이럴 경우 민간시설의 입김이 센 노인요양ㆍ장애인 돌봄의 공적 인프라 확충은 난망하다. 복지 공공성 강화에 소극적인 보수정당의 발목 잡기로 그나마 이 법안의 법사위 상정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의 상당수가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고용이지만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예컨대 2019년 설립된 4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전체 인력의 절반이 계약직(700명)이고 인력고용은 당초 목표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사회서비스원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해도 복지부가 각 서비스원의 경영수지를 강조하고 있어 고용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게 시민단체들의 우려다.
□ 용두사미가 돼버린 사회서비스원 공약에선 기시감이 느껴진다. 진보와 보수정권 모두 지난 십수 년간 국공립 어린이집, 공공병원 확대 등의 공공복지 인프라 확대 방침을 천명했지만 번번이 민간시설의 저항을 넘어서지 못해 확충은 더디다. 지역 정치인들이 조직화되고 이익집단화된 민간시설 운영자들에게 취약한 환경 탓도 있지만 책임은 정부와 집권여당에 물을 수밖에 없다. 부족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복지 인프라의 시장화’라는 거센 파도에 미약하게나마 맞선 정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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