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파트 붕괴 징후 있었다… 3년 전 '구조적 결함' 경고

입력
2021.06.27 01:28
수정
2021.06.2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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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안전 점검서 수영장·주차장 손상 진단
"콘크리트 부식 부위, 신속하게 보수해야" 경고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12층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25일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서프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12층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25일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서프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아파트 붕괴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이미 3년 전 안전 점검 당시 전문가가 “중대한 구조적 결함”을 경고하며 “긴급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후속 조치가 늦었던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서프사이드 당국이 미 언론에 공개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기사 프랭크 모라비토는 “아파트 건물에 일부 가벼운 손상도 있지만 콘크리트 부식 부위는 대부분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야외 수영장의 경우, 방수제를 평평하게 깔아 경사가 없는 탓에 결과적으로 물이 흘러 내려가지 않고 고이게 만든 설계 자체가 “중대한 오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방수제를 교체하지 않으면 콘크리트 부식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작업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영장 아래 위치한 지하 주차장의 기둥과 벽에서도 갈라지고 부서진 곳이 다수 발견됐다. 심지어 콘크리트가 덩어리째 떨어져나가 내부 철근이 고스란히 노출된 기둥도 있었다. 전문가는 건물에 쌓인 ‘피로’의 징후를 경고했다. 보고서에는 창문과 발코니 틈으로 물이 샌다는 주민들의 민원과 여러 가구의 발코니 콘크리트가 부식된 상태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파트 관리를 책임진 주민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조만간 대규모 보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주민위원회 측 변호사 케네스 디렉터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 아파트가 무너졌다”며 “건물 부식이 심각한 상태라는 걸 주민들이 알았다면 다른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들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도 건물 붕괴 위험성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보수 작업이 건물 자체와 내부 136곳에 대한 “구조적 무결성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프사이드 시 운영위원인 엘리아나 솔즈하우어는 “2018년 점검 때 발견된 문제들이 건물 안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지반 침하와 바닷바람에 의한 건물 부식 등이 참사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일간 USA투데이는 시몬 브도빈스키 플로리다국제대 교수의 지난해 연구를 인용, “해당 아파트 지반이 1993~1999년 사이 매년 2㎜씩 내려 앉았다”고 보도했다. 2015년엔 한 주민이 건물 외벽 붕괴 등을 이유로 아파트 운영연합회에 소송을 건 일도 있었다. 또 최근 몇 달간 인근에 고층 건물이 다수 들어섰는데, 일부 건설 현장에서 구조물을 폭파하면서 아파트 건물이 흔들리고 균열이 생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사흘째인 26일에도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사망자 4명, 실종자 159명이 확인된 이후 숫자에 변동이 없다. 구조대원 수백명과 의료진이 사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희망이 점점 옅어지는 분위기다. 구조당국은 실종자들이 잔해 깊숙한 곳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추가 붕괴 우려와 호우로 인한 침수 탓에 구조 작업이 극도로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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