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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파트 참사, 바닥 쌓이는 '팬케이크 붕괴' 탓 생존자 구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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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州) 남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12층짜리 아파트 붕괴 사고로 주민 159명이 실종됐지만, 생존자 구조는커녕 희생자 발견 소식조차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이른바 ‘팬케이크 붕괴’가 일어난 탓에 구조ㆍ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마이에미데이드 카운티 소방구조대장 제이슨 리처드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고가 팬케이크 붕괴로 보인다”고 전했다. 팬케이크 붕괴란, 건물 바닥이 모양을 유지한 채 차례로 무너져 내리면서 겹겹이 쌓이는 현상을 뜻한다. 말 그대로 팬케이크가 여러 장 포개져 있는 모양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수구조대원 출신 그렉 파브르는 “팬케이크 붕괴는 모든 층이 땅과 거의 수평을 이룬 채 그대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무게가 수직으로 쌓인다”며 “붕괴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무게와 압력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팬케이크 붕괴는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이나 다리를 지탱하는 하부 구조물이 파손돼 위층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진보다는 돌풍 피해가 큰 플로리다에선 흔히 생기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팬케이크 붕괴의 대표 사례로는 2001년 9ㆍ11 테러가 있다. 납치된 비행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 측면에 충돌하면서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수직 지지력이 손상됐고, 결국 최상층부가 그대로 붕괴되면서 각 층 바닥이 위부터 차례로 주저앉는 방식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팬케이크 붕괴가 특히 위험한 건, 여러 층이 포개지고 눌리면서 건물 잔해 속에 빈 공간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몸을 피할 공간도, 숨 쉴 공기도 없다는 얘기다. 혹여 공간이 생겼다 해도 그 공간을 이루는 구조물이 위에 쌓인 엄청난 무게를 버텨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
당연히 수색과 구조 작업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너지지 않은 구조물이 극도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구조대가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자칫 추가 붕괴가 일어나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애타는 마음과 달리 사고 수습이 늦어지는 이유다.
다만, 이번 참사에선 다중 붕괴가 일어나 잔해 곳곳에 공간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닥 중앙이 갈라지면서 양쪽 바닥이 V자 모양으로 접히는 ‘V자형 붕괴’, 바닥 한쪽 끝은 고정된 상태에서 반대편이 떨어져 나가 기울어지거나 접히는 ‘캔틸레버 붕괴’ 등 총 4가지 다중 붕괴 흔적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구조 전문가인 스콧 골드스타인은 “팬케이크 붕괴가 아닌 다른 공간에는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구조대원 수백명과 의료진을 투입해 생존자와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구조견과 드론, 음파탐지기, 수색카메라도 동원됐다. 25일까지 35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자 4명을 발견했다. 실종자 159명은 건물 잔해 깊숙한 곳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추가 붕괴 우려와 폭우로 인한 침수 탓에 구조 작업이 극도로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마이에미데이드 전 소방서장인 데이브 다우니는 “생존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찾기 위해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치우고 있다”며 “냉장고, 에어컨, 소파 등이 무너진 건물을 지탱해 생존자를 보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살아 있을 거란 희망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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