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이준석 현상은 아픈 예방주사… 변하지 않으면 정말 죽는다"

입력
2021.06.27 15:30
수정
2021.06.27 15:3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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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장?
'40대 재선' 강훈식 의원 인터뷰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4ㆍ7 재ㆍ보궐선거 패배에 이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은 우리 당에 엄청나게 아픈 예방주사가 됐다. 제대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젠 정말 죽을 것이란 절박함이 생겼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장이 가장 많이 거론한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이준석’이었다. 강 단장은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 민주당에 ‘예방주사’이자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중진 의원 몫이었던 경선기획단의 지휘봉을 ‘40대 재선 의원’에게 맡겼다. 변화와 쇄신을 꾀해 달란 뜻일 것이다. 강 단장은 “솔직히 이 대표를 별로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사실은 제가 이 대표 덕에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민주당이 좀 바뀌는구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구나’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면서다. 다음은 강 단장과의 일문일답.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경선기획단장이 왜 본인에게 돌아갔다고 보나.

“이준석 현상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야당이 이 대표를 택했을 때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파격적으로 젊은 인사를 앞세우는 것만이 답일까. 그런 고민 끝에 저를 택한 건 허리세대로서 윗세대를 받치고, 아랫세대와 함께하면서 다양성을 담아 달란 주문이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쇄신의 과정에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9월 초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됐다. 국민의힘보다 두 달 빠른 일정인데, 불리하지 않나.

“대선은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로 인한 지지율 상승 현상)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대선후보 경선을 늦게 끝내면 관심을 더 늦게까지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경선 결과에 따른 후유증을 수습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한 명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었다. 진영 전체가 협력해 집권 세력으로 인정받는 게 대선 승리의 요체다.”

-당내 경선에 출마할 9명 중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론조사상 상당히 앞서 있다. 흥행, 될까.

“이준석 대표를 보라. 당대표 당선을 점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출마 선언 한 달 만에 대한민국을 이준석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로 지지율이 급상승할 수도, 뚝 떨어질 수도 있는 시대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느 대선주자가 더 잘 쓰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는 얼마든 바뀔 수 있다. 경선기획단도 역동적 경선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이준석 대표 선출 이후 민주당도 바뀌고 있나.

“제가 그 덕에 이 자리에 있다. 지금까지의 정치가 ‘누가 더 못하냐’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였다면, ‘누가 더 잘하냐’의 경쟁으로 바꾸는 것이 저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겠다. 그러다 보면 민주당이 더 건강해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 믿는다.”

-친인척인 보좌관이 성폭력 혐의를 받는 양향자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송영길 대표에게 건의한 것도 그런 차원인가.

“국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무엇이든 솔직히 말하는 것이 기획단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4월 재보선은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해 치르게 됐고, 결국 매서운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국민은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얼마나 절박하게 변하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양 의원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지 않으면 아직 절박하지 않은 것으로 비칠 것이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인선이 엉뚱한 공정 논란으로 번졌다.

“박 비서관은 '신데렐라'가 아니다. 고시 같은 시험을 보지 않았을 뿐, 나름의 정치적 과정을 충실히 밟으며 경험을 쌓았다. 토론 배틀을 통해 당의 청년대변인이 됐고, 대변인의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위원에 발탁됐다. 청년세대, 특히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정치시스템 안에서 박 비서관처럼 절차를 밟아 성장한 청년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가장 부담스러운 야권 대선주자는 누구인가.

“모두가 부담스럽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지 않나. 그러나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모두 훌륭하다. 민주당이 혁신해 후보 경쟁력을 살린다면,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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