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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대선 첫 단추 끼운 與... 내주 75일간 경선 레이스 시작한다

입력
2021.06.25 20:00
수정
2021.06.25 20: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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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의 발언을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의 발언을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빠졌던 더불어민주당이 마침내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현행 당헌에 따라 '대선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면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선 180일 전인 오는 9월 10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 일정 논란이 매듭지어지면서 당헌 고수파와 경선 연기파 양측의 불만을 샀던 송영길 대표의 리더십도 한 고비를 넘겼다. 다만 경선 전부터 분출한 갈등을 봉합하고 야당보다 먼저 시작되는 경선을 흥행으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격론 속 "기왕이면 만장일치로" 공감대

송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20대 대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이견이 있었지만 '지도부는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하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만장일치 결정"이라고 전했다.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대로 당헌을 따르자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었다.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경선 연기파인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인 만큼 경선 (흥행을 위해)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치열한 대립 속에 당이 더 이상 분열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 최고위원은 의결을 앞두고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격론이 있었지만 연기를 주장했던 강병원 최고위원이 '기왕이면 만장일치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고 전했다.

원로 조언·원칙 뒤집어 역풍 맞은 전례 의식

당 원로들의 조언은 송 대표가 최종 결단한 명분이었다. 전날 송 대표가 전화통화한 상임고문 6명 중 5명이 "원칙(당헌)을 따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가장 중심적인 분이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당헌을 통과시킨 이해찬 전 대표인데,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논쟁이 없도록 1년 전에 미리 특별당규를 만든 것'이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소개했다.

이번 결정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현상'에 따른 쇄신 이미지를 국민의힘에 선점당한 가운데 당내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결정을 미룬다고 해도 당헌을 고수한 이재명 경기지사 측과 경선 연기를 요구하는 비(非)이재명 측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민주당이 원칙을 뒤집어 역풍을 맞은 전력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21대 총선 이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비판받았고, 당헌·당규를 수정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낸 것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요인 중 하나다. 지도부가 '경선 흥행'을 이유로 당헌을 손질하는 것에 부담이 컸던 배경이다.

당장 이재명 유리... 비이재명계 형성은 변수

민주당은 곧바로 75일간의 경선 일정에 돌입한다. 28~30일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다음 달 예비경선(컷오프)을 치른다. 본 경선은 9월 5일까지 마무리하는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9월 10일(대선 180일 전)까지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결정으로 여권 후보 1위이자 당헌 고수를 유지해 온 이 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많다. 경선 연기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이 지사 측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비후보 등록기간인 28, 29일쯤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교롭게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야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조직력을 동원한 세 몰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격 주자들은 '역전 드라마'를 쓰기에 75일이란 시간은 다소 촉박할 수 있다. 그러나 경선 연기 갈등으로 이 지사에 대항하는 '비이재명계 전선'이 형성된 것은 변수다. 이들이 연합해 '이재명 때리기'나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면 추격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서희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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