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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분쟁, 흑해로 확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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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10:00
25면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HMS 디펜더'가 흑해 해상을 항해하는 모습을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촬영했다. 연합뉴스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HMS 디펜더'가 흑해 해상을 항해하는 모습을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촬영했다. 연합뉴스


16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정상회담은 예측했던 대로 큰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가 냉전 이후 최저점에 떨어져 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대통령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대화의 물꼬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집권 이후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미러 외교관계가 정상화될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보다 넓은 의미의 서방과의 관계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싶다. 미러정상회담 후 일주일 만에 러시아와 영국은 흑해에서의 '충돌'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측의 주장은 영국 구축함 디펜더가 러시아 영해를 침범하였기에 경고 사격 및 경고 폭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영국은 흑해의 우크라이나 해역을 국제법에 따라 무해통항을 하였고 디펜더 구축함에 대한 러시아 측의 경고 사격이나 폭격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영해 침범 사실 여부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국방장관은 디펜더 구축함이 우크라이나의 오데사로부터 흑해를 가로질러 조지아로 가는 일상적인 운항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 측은 디펜더 구축함이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있는 세바스타폴을 향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공개출처정보 데이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흑해 지도 ⓒ게티이미지뱅크

흑해 지도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보다 본원적인 문제는 흑해의 어디서부터가 러시아의 영해인가 하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이상 크림반도 주변 해역은 러시아의 영해라 주장한다. 반면에 영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바다는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영해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영해 침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영국 구축함이 크림반도 남부에 위치한, 세바스토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피오렌트 곶을 지나는 해로를 이용한 것은 분명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의 위법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통일성과 주권, 국제법 중시에 대한 영국의 약속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경고 사격, 포격을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크림반도를 유지하고 방어할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23 일 흑해 크림 반도 연안에서 'HMS 디펜더'의 방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그래픽 스틸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23 일 흑해 크림 반도 연안에서 'HMS 디펜더'의 방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그래픽 스틸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영국의 태도가 몹시 거슬릴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에 만연한 영국 혐오증과 맞물리면서 '전형적인 영국식 도발'로 그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영국을 자국의 영해를 침입한 '칩입자,' '침략자'라고 부정적으로 그리는 한편, 이에 맞서는 러시아를 불굴의 방어자로 묘사한다. 서방 함선이 자국 영해를 침범하는 일이 재발하면 폭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러시아 외무차관의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흑해 해상군사훈련 '시브리즈'(Sea Breeze)를 앞두고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7년에 처음 시작된 시브리즈 훈련은 흑해 연안국과 나토가 함께 하는 군사훈련인데,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주최하는 올해의 훈련에는 나토 회원국, 파트너국 포함 총 32개국이 병력 5,000명, 함정 32척, 항공기 40대 규모로 참가한다. 공식적으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이 훈련이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료하다. 이처럼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의 대립 전선은 우크라이나 국경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영국식 도발이, 19세기 중반의 크림 전쟁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전쟁으로 확대 발전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스만투르크에 대한 동정 여론이 영국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끌어들였듯이,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그 파국은 우크라이나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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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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