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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도 판다…재테크 고수만 아는 '온라인 장터'는 어디? 

입력
2021.06.27 09:00
수정
2021.06.27 16:4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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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설립 온비드, 누적 거래액 90조원 돌파
아파트·차·명품 등 방대한 상품 공매
낙찰 물품, 매수자가 직접 찾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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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뉴스1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자택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매물로 나왔다. 두 집은 모두 한 곳에서 판매된다. 바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다.

온비드는 벌금 징수, 추징금 환수 목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집도 매물로 내놓았다. 2019년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도 온비드를 통해 감정가 102억 원에서 절반 떨어진 51억3,7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대통령 자택까지 매물로 취급할 정도로 온비드가 다루는 상품은 방대하다. 최대 장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전 대통령 자택처럼 공매 물품은 대체로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낙찰된다. 되팔면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 투자 고수들이 온비드로 몰리는 이유다.

저금리 기조 속 투자 대안처로 뜬 온비드

27일 캠코에 따르면 2002년부터 운영된 온비드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기관, 공공기관이 내놓은 부동산·동산을 일반 국민에 판매하는 중개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매물은 주로 세금 체납·벌금 징수 등에 따른 압류 재산, 각 관공서에서 사용 연수가 지난 국·공유 재산 등이다.

온비드 설립 이전엔 캠코 지역 본부에서 현장 공매가 열렸다. 그러다 보니 온비드는 설립 초기만 해도 일부만 알고 참여하는 그들만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정부, 공공기관이 보증한 부동산·동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일반 투자자도 속속 온비드에 모였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역시 투자 대안처로서 온비드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3년 말 25조7,000억 원이었던 누적 거래액은 올해 9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9조1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입찰 방식은 캠코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산정한 감정가를 최저 입찰가로 두고 최고가를 쓴 사람이 가져가는 식이다. 10조5,500억 원으로 공매 역사상 최고가였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도 현대자동차에 이렇게 팔렸다. 한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는 10%씩 깎인다.

드물긴 하지만 추첨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할 때도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월드타워는 매도자가 정한 가격에 참여한 입찰자 중 낙찰자를 추첨으로 뽑았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로 불렸던 이 아파트의 입찰 경쟁률은 140대 1이었다.

허위 매물 없는 중고차, 가장 인기 높아

온비드에 올라오는 매물은 아파트, 상가, 토지 등 부동산과 자동차, 명품 시계, 명품 가방, 귀금속 등 동산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가 높은 매물은 자동차다. 연간 8,000대 거래되는데 대부분 공공기관 관용차다. 차종도 경차, SUV(스포츠유틸리티), 승용차, 트럭 등 종류별로 있다. 공공기관에서 쓰던 차가 많다 보니 상태가 좋고 중고차 시장에서 당할 수 있는 허위 매물 사기도 피할 수 있다.

명품도 종종 등장하는 매물이다. 대부분은 검찰이 세금 체납 등으로 압류한 물품이다. 올해 온비드에선 파텍필립 손목시계, 오데마피게 손목시계가 각각 1억5,620만 원, 9,11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중고 제품이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2억 원을 웃도는 파텍필립 낙찰 모델의 경우 정가보다 5,000만 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논현동, 내곡동 자택은 최초 입찰가 111억 원, 31억 원에 입찰을 준비 중이다. 두 대통령 자택처럼 부동산 중 절반은 압류 부동산이다. 최근엔 공군에서 퇴역한 노후 전투기가 31억6,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유의할 점도 있다. 우선 보증금으로 최저 입찰가의 10%를 내야 한다. 또 낙찰 물품은 매수자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캠코 관계자는 "온비드는 개인 간 거래와 달리 위조품이 없다"며 "공매 공고가 뜬 부동산이나 동산을 미리 살펴보고 입찰에 참여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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