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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89년 도입됐다 이듬해 폐지 '대체공휴일', 이번엔 안착할까?

입력
2021.06.27 09:30
수정
2021.06.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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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대체공휴일 제도 변천사
이승만 시절 처음 도입...1년여 만에 폐지
노태우, '여가 선용' 재도입...재계 반발 이듬해 없애
박근혜 정부, 2013년 일부 공휴일에만 적용
8년 만에 전면 확대... 2전3기만에 안착 주목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체공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이른바 대체공휴일법을 처리하려 하자 국민의힘 박완수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며 집단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체공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이른바 대체공휴일법을 처리하려 하자 국민의힘 박완수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며 집단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요일과 겹친 광복절·개천절·한글날·성탄절에 하루 더 쉽니다."

23일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어린이날과 추석, 설날에만 적용돼 온 대체휴일제모든 공휴일로 확대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민들에게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대체공휴일법 제정을 약속한 지 8일 만입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국민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헌법 정신을 살려 큰 틀에서 민주당의 입장에 동의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점을 문제 삼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추진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그런데 대체공휴일 제도가 이전에도 전면 시행됐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것도 두 차례씩이나. 하지만 시행 후 2년도 안 돼 모두 폐지됐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1959년 '익일휴무제' 최초 도입... '공휴일 늘리기' 비판

공휴일 변천사. 국회 입법조사처

공휴일 변천사. 국회 입법조사처

대체휴일제가 최초로 도입됐던 건 1959년입니다. 국회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1959년 3월 대통령령(1461호)으로 '일요일과 일요일 이외의 공휴일이 중복될 때에는 그 익일도 공휴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익일휴무제를 시행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국토 및 경제의 재건과 복구에 한창 힘써야 할 때인 당시에 익일휴무제라니,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도입 취지로 '공휴일 제정 취지 선양 목적'이라고만 나와 있고,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3·1절이나 광복절 등 공휴일인 국경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사람들이 일요일이라서 쉰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국경일의 의미를 쉬면서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입니다.

당시 언론은 "공무원에게 되도록 많은 휴식 시간을 줘 원기를 왕성케 함으로써 집무 능률을 향상시킬 목적이라고 해석하고 싶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많은 모순과 불합리한 점이 있다"며 비판을 쏟아냅니다.

우선 '공휴일이 너무 많아 줄여야 할 마당에 일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은 하루 더 쉰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어딘가 많이 들어 보지 않았나요? 휴일 확대나 노동시간 단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업이나 재계 쪽에서 가장 앞세우는 반대 논리와 거의 유사합니다.

참고로 59년 기준 공휴일은 일요일(52일)을 포함 65일이었습니다. 다만 정부는 1957~1960년 당시 재임 중인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3월 2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해 공휴일이 하루 더 늘긴 했었겠네요.

'시의에 부적합' 1년여 만에 폐지

1960년 4월 하야 후 이화장을 떠나는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0년 4월 하야 후 이화장을 떠나는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 '공무원의 휴식이 필요하면 차라리 한 시간 일찍 퇴근하게 하라', '월요일까지 이틀 연속 쉬면 국민의 불편과 고통이 크다', '그래도 쉬겠다고 하면 바쁜 월요일 대신 반휴일(半休日)인 토요일에 쉬어라' 등의 이유를 댑니다.

이런 비판 때문일까요? 익일휴무제는 시행 2년도 안 된 시점인 이듬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시의에 적합하지 않다'며 폐지됩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워낙 오래전 일이라 폐지 이유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관련 자료가 없지만, 당시에도 기업들의 반발이나 민원이 많지 않았겠나 추측만 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도 "법률은 회의록 등이 속기록에 남아 객관적으로 사유를 파악할 수 있지만, 행정부 규정인 대통령령은 별도로 공개된 사료가 없다"면서도 "상식적으로 대체공휴일은 기업의 반대가 심했을 것이고, 그것이 제도 폐지의 주요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89년 익일휴무제 재도입... "여가 선용"

1989년 8월 15일 한국일보 '공휴일 늘리기'라는 제목의 사설

1989년 8월 15일 한국일보 '공휴일 늘리기'라는 제목의 사설

익일휴무제는 30년 만에 재도입됩니다. 1989년 2월 정부는 대통령령(12616호)으로 다시 익일휴무제를 도입하면서, 신정 연휴를 축소하는 대신 설·추석 연휴를 각각 3일로 늘립니다. 사유는 ①국민생활 수준에 상응한 여가 선용 ②민족자존과 전통문화 계승 ③귀성객 편의 제공 등이었습니다.

'공휴일 늘리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행정 공백으로 국민 불편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4,000달러인 우리 처지에 연휴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일이냐고 되묻는 등 반대 이유도 3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주 5일 근무까지 반대 논리 중 하나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주 5일 근무는 2004년 7월에야 금융·공공 부문부터 시범 적용하고,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됩니다.

"주 5일 근무제까지 도입한 기업체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고 보면, 기업체 종사자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휴무일을 늘리는 일은 기업체의 재량에 맡기면 될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연휴 붐에 앞장서는 데에 있다. 기업이 종업원을 놀리게 하는 문제와 그날을 법정공휴일로 하는 문제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일보 1989년 8월 15일 사설)

1989년 9월 7일 한국일보 5면의 경제진단 칼럼

1989년 9월 7일 한국일보 5면의 경제진단 칼럼

"주 5일 근무제를 하는 경우 토·일요일이 연간 52일씩 104일, 공휴일이 19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월차휴가 12일과 연차휴가 10일에 각 기업의 창사기념일을 더하면 연간 총휴무일은 146일이 된다.

즉 365일 중 219일 근무에 146일 휴무로서 거의 5개월의 휴무에 해당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실제 생산을 위해 연간 총 일수의 60%만 가동이 되고, 나머지 40%에 해당되는 기간은 휴무를 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용생산능력의 60%만을 활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한국일보 89년 9월 7일,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 칼럼)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경영계나 재계의 입장만을 대변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회 관계자는 "80년대라 해도 주 5일 근무를 실시한 사업장이 아예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토요일에 근무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일반화하지 않았던 주 5일제를 꺼내 대체공휴일 등을 반대한 건 기업이나 사업주의 반대 논리에 편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도 이를 방증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89년 2,731시간, 90년 2,677시간이었습니다. 토요일도 근무했던 기업이나 사업체가 대부분이었고,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많았던 때였으니까요.

재계 "주 5일 근무 늘고 있다" 억지 주장도... 실상은 연간 2700시간 근무

국군·한글날 공휴일 폐지하고 익일휴무제도 폐지한다는 기사가 실린 한국일보 1990년 11월 2일자

국군·한글날 공휴일 폐지하고 익일휴무제도 폐지한다는 기사가 실린 한국일보 1990년 11월 2일자

당시 우리나라가 회원국이 아니었던 OECD의 평균 노동시간(89년 1,896시간, 90년 1,881시간)과 비교하면 835시간(89년), 796시간(90년) 더 일했습니다. 보수적으로 하루 10시간씩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OECD 국가들에 비해 연간 80일 안팎을 더 일했던 셈입니다. 독일은 1,554시간(91년 기준)이었고, 일본이 2,031시간(90년 기준)이었네요.

토요일도 일하며 개발도상국으로서 불철주야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했던 80년대 상황, 또 OECD가 당시만 해도 우리가 범접할 수 없었던 선진국 간 협의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노동시간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계의 여론전이 통했는지, 익일휴무제는 이듬해인 90년 11월 '연휴에 따른 국민 불편 해소'를 이유로 폐지됩니다. 공휴일 축소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약 1년 만이었습니다.

앞서 89년 9월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법정공휴일 19일은 전 세계 평균 13.4일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행정 공백화 현상은 물론 과소비 풍조까지 조장되고 있다고 판단, 공휴일을 축소·재조정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비를 장려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네요.

2013년 대체휴일제 도입… 설·추석·어린이날만 적용

2014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0일 처음으로 대체휴일제가 적용된 가운데 경기 수원시청 입구에 대체휴일제를 알리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당시 대체휴일제는 일반 기업은 의무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만 적용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2014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0일 처음으로 대체휴일제가 적용된 가운데 경기 수원시청 입구에 대체휴일제를 알리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당시 대체휴일제는 일반 기업은 의무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만 적용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익일휴무제가 '대체공휴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도입됩니다.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공휴일을 보장하고,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였네요.

국회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제가 적용된 2014~2020년 실질적인 공휴일 수는 최소 10일에서 최대 14일로 연평균 12일에 불과해 '관공서공휴일에관한규정'에서 정한 연간 총 15일이 온전히 보장된 해는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재계는 인건비 부담 증가나 경제 성장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추진했던 터라 임기 초반에 시행됩니다. 당시에도 여야간 큰 이견이 없었다고 하네요.

다만 모든 공휴일에 전면 적용하지 않고,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만 대상으로 합니다. 그 이유로 명절과 가정을 중시하는 국민정서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당시 "설·추석 명절은 전통문화를 보존·계승·발전시키고 고향을 방문하는 등 가족 간 만남을 가지는 국민적 편의를 도모하고, 어린이날은 저출산 시대에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이 양립할 수 있는 가정친화적 분위기 조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대체공휴일 도입. 한국일보 2013년 4월 20일자

대체공휴일 도입. 한국일보 2013년 4월 20일자

일부 공휴일에만 적용됐던 반쪽짜리 대체공휴일제가 이번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 전면 시행되게 됩니다. 세 번째 전면 시행입니다.

앞서 두 차례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던 때와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연간 노동시간도 지난해 1,908시간으로 상당히 줄었습니다. 아직 OECD 평균(1,687시간) 보다 200여 시간 많긴 합니다만, 일·가정 양립, 저녁이 있는 삶 등이 화두가 됐습니다.

또 지난 8년 동안 일부 공휴일에만 적용해온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라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전보다 대응력이 높아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노동자들도 생산성이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번에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 등 제도 개선 방안 마련도 필요합니다.

대체휴일제 전면 시행이 확정되면 2전3기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박민식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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