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주점 손님 살해·시신 훼손 허민우 "혐의 모두 인정"

재판부에 3차례 반성문 제출
"국민참여재판 원하지 않아"

술값 문제로 실랑이하던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노래주점 업주 허민우가 지난달 21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검찰로 송치되기 전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술값 문제로 실랑이하던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유기)로 구속 기소된 노래주점 업주 허민우(34)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허씨는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 심리로 25일 오후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날 짧게 자른 머리에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허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부 질의에 일반 재판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허씨는 최근 3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허씨 동생도 탄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허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2시 2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중구 신포동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손님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를 발로 밟은 뒤 13시간 가량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허씨는 피해자 머리가 화장실 바닥에 부딪혀 튕겨오를 정도로 밟았다"며 "노래주점이 문을 열지 않은 것처럼 한 뒤 손님을 받아 집합금지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노래주점에서 A씨 시신을 수 차례 훼손한 뒤 비닐봉지와 가방에 담아 자신의 BMW 승용차를 이용해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지난달 12일 경찰에 체포된 뒤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2시쯤 노래주점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A씨를 깨워 추가요금 10만원을 요구했으나 A씨가 "왜 너한테 돈을 줘야 하냐"며 집합금지 위반으로 신고할 것처럼 하면서 주먹으로 배를 치고 손으로 뺨을 2차례 때리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씨는 과거 집합금지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숨지기 직전인 당일 오전 2시 4분쯤 112에 "술값을 못냈다"고 신고했으나, 인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자인 B 경사는 긴급 상황으로 보지 않고 관할인 인천 중부경찰서에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찰 조사를 받은 B경사는 지난 21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폭행과 상해 전과가 있는 허씨는 과거 인천지역 폭력조직인 '꼴망파' 조직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조직 활동으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져 작년 1월 보호관찰과 함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허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허씨를 구속한 이후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그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