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올 수도"... 백신 수급난에 델타 변이 위기도 직면한 아프리카

입력
2021.06.25 19:00

WHO "보건시스템 완전 붕괴 가능성" 경고
팬데믹 극복한다 해도 경제난 지속 예상

지난 5월 31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캄팔라=AP

지난 5월 31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캄팔라=AP

"확진자·중증환자 급증으로 아프리카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달 들어 수차례 아프리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지적한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시 한번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확산 속도는 또 빨라지는데, 백신 수급은 더디기만 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맛시디소 모에티 WHO 아프리카 지역 책임자는 이날 아프리카와 관련해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속도를 높이며 더 빠르게 퍼지고 더 세게 강타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심각한 백신 수급난에다, 전 세계를 초긴장에 빠트린 델타 변이도 확산해 '델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까지 커졌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프리카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의료 시스템 붕괴 조짐이 보인다.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까지 응급실에서 며칠을 대기하고, 의료용 산소 역시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남아공 북동부에 위치한 가우탱주(州)의 데이비드 라후나 주지사는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방역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프리카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신속한 백신 접종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국에 쏠린 백신 물량 확보부터가 시급한 문제다. 아프리카 8개국에선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지원받은 백신 전량이 이미 소진됐다. 다른 18개국에서도 백신 물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54개국의 백신 접종률은 약 2%(영국 옥스퍼드대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에 그쳐 있다. 세계 평균 백신 접종률인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는 부국을 향해 협조 요청과 비난의 목소리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21일 "코로나19 백신 비축량을 아프리카에 공급해 달라"고 선진국에 당부했다. 반면, 스트라이브 마시이와 아프리카연합(AU) 백신매입대책반 특사는 백신을 장악한 국가들을 힐난하고 나섰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굴지의 기업가 마시이와는 23일 미국 CNBC방송이 주최한 행사에서 "부국들이 (자국민 우선 접종을 위해) 고의적으로 백신을 아프리카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신속한 백신 공급을 촉구했다.

게다가 아프리카의 고통은 팬데믹 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3일 아프리카가 '경제 재난'에 직면했다고 언급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3%)이 전 세계 평균(6%)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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