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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6개월, 시민 눈높이 맞는 사건 처리 정보는 어디에?

입력
2021.06.29 11: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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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빠진 내 사건] <중> 수사 경로만 74가지
검찰, 대국민 설명자료 배포했지만 이해 어려워
경찰, 설명자료도 없어... 홈페이지에도 게시 안해
고소인들 인터넷 커뮤니티 전전하며 정보 취득

※한국일보는 고소인 입장에서 새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복잡해진 사건 처리 절차를 직접 따라가볼 수 있는 '체험형 인터랙티브'를 제작했습니다. 한국일보 인터랙티브를 통해 '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수 있는지 예측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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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investigation_right/


거래업체가 납품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형사고소를 고민 중인 자영업자 구모(45)씨는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일 검색한다. 구씨는 고소와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문답하는 커뮤니티만 골라 회원으로 가입한다. 구씨는 "올해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제도가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형사고소 관련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지 않으냐"며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를 전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검찰·경찰 규칙까지 찾아보며 조문을 분석하고 있어 그나마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다는 게 구씨 설명이다.

생소한 형사소송법 용어와 익숙하지 않은 사건 처리 규정들까지. 평소에도 시민들 눈에 수사기관은 가깝고도 먼 곳이었지만,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라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수사권 조정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변화된 제도를 알려주거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정리한 자료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수사기관 문을 두드려 억울함을 풀고 싶은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못 찾아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검찰의 경우 설명자료를 안 만든 건 아니다. 올해 1월 대국민 설명자료를 정리해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했다. 실제로 대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별도 알림창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자료는 △검찰 수사 개시 범위 △사건 처리 과정 등을 요약한 7쪽 분량이다. 다만 관련 내용을 요약하다 보니, 새 형사사법시스템 내에서 전반적인 사건 처리 흐름을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법조계에선 "새로운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홈페이지 게시판. 마지막 게시물이 2019년 8월 23일에 올린 것이다.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홈페이지 게시판. 마지막 게시물이 2019년 8월 23일에 올린 것이다.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경찰의 경우 이마저도 없다.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경찰 사건 처리 지침이라든지, 고소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한 게시물이 전혀 없다. 경찰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해 1월 1일 이후 올라온 게시물 가운데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대국민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은 수사결과통지서 등 고소인에게 보내는 서류에 이의신청에 대한 정보를 기재해두긴 했지만, 제도가 생소한 고소인 입장에선 충분하진 않다는 지적이다.

수사권 조정 업무 담당부서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별도 관리하는 '수사구조개혁'이란 자료가 홈페이지에 있긴 하지만, 이 자료는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돼야 하는 이유 △다른 선진국 경찰들 사례 등이 정리돼 있을 뿐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수사권 조정이 급물살을 타던 2018~2019년에 올라온 자료가 대부분이고, 올해 1월 이후엔 새로운 제도에 대해 정리한 게시물이 없었다.

이처럼 수사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경찰과 검찰에서조차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변호사들도 새 제도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준이 없다 보니 경찰과 검찰 수사관들도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상위기관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 담당자가 상위기관 답변을 기다리면 변호사도 덩달아 기다릴 수밖에 없어 답답할 뿐이다. 국민들은 오죽 답답하겠냐"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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