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의 마지막 식사는 민트초콜릿 아이스크림이었다 

입력
2021.06.26 08:40
16면

<7> 사형수 최후의 식사

편집자주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격주 토요일 흥미진진한 역사 속 식사 이야기를 통해 ‘식’의 역사(食史)를 새로 씁니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가운데)가 1996년 1월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맥베이와 동료들은 1995년 4월 19일, 폭탄이 장착된 트럭을 이용해 오클라호마시티의 앨프리드 P. 뮤러 연방정부청사를 폭파시켰다. 이 사건으로 168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쳤다. 9.11 테러 이전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테러로 기록된다. 연합뉴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가운데)가 1996년 1월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맥베이와 동료들은 1995년 4월 19일, 폭탄이 장착된 트럭을 이용해 오클라호마시티의 앨프리드 P. 뮤러 연방정부청사를 폭파시켰다. 이 사건으로 168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쳤다. 9.11 테러 이전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테러로 기록된다. 연합뉴스


"포프 교도소장님, 이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까?"
"사형의 모든 측면을 관장하는 교정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최대한 매끄럽게 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교도관들이 과정 전반을 미리 검토할 예정이고 최후의 순간을 지켜볼 방문자 목록도 확인합니다. 전기의자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또 검토합니다."
"소장님이 사형수 링컨 버로우스씨와 이야기 해보셨는지요? 인생 최후의 순간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그와 신만이 알고 있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1 14화, '밀고자(The Rat)' 중에서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링컨 버로우스는 마지막 식사로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선택한다. 프리즌브레이크 캡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링컨 버로우스는 마지막 식사로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선택한다. 프리즌브레이크 캡처

"주니어한테 얼마나 자주 팬케이크를 부쳐줬어, 형?"

"주말에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부쳐줬지. 그나마 내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가장 잘 한 일이었지."

"아니야, 그래도 옆에 있어줬잖아."

"충분하지 않았어."

프리즌 브레이크의 링컨 버로우스는 크나큰 음모로 인해 누명을 뒤집어 쓰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일리노이주에서 13번째 사형수이자 1976년 이후 처음으로 형에 처해질 그는 마지막 식사로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선택한다. 떨어져 사는 아들이 집에 찾아올 때마다 해 주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다가 사형이 연기되고, 결국 버로우스와 스코필드 형제는 폭스 리버 교도소를 탈옥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가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2011년 제도를 폐지한 텍사스주를 제외한 30개 주가 사형 전날 저녁, 요청을 받아 최후의 식사를 제공한다. 사형을 당해야 할 만큼의 중범죄자인 데다가 최후의 순간이라는 맥락의 울림이 크기에,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는 기록으로 남고 종종 이야깃거리도 되곤 한다.

그래서 이번 주의 '식사(食史)'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형수 최후의 식사를 모아 상을 차려 보았다.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어찌 보면 개인사의 시간 같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의 마지막 식사 자체가 역사의 결정체 혹은 마침표 같은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처럼 역사에 남고도 남을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최후 식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식사를 맥락, 즉 범죄와 함께 읽어 주기를 권한다. 입에 침이 고일 만한 메뉴도 있지만, 입맛을 다시기엔 이들의 최후 식사에 딸린 죄가 너무 크고 무겁다.

디저트까지 갖춘 푸짐한 식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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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번디

테드 번디는 미국 역사상 가장 흉악한 연쇄 살인마였다. 강간, 시체성애, 35건이 넘는 살인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1989년, 43세에 전기의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특별 요청을 거부했으므로 전통적인 사형수 식단을 받았다.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 오버이지(over easy, 뒤집어 노른자까지 익힌) 계란 프라이, 버터와 잼을 곁들인 토스트, 우유와 주스였다.

◇로렌스 러셀 브루어

다른 사형수들의 앞길(?)마저 막은 사형수가 있으니 텍사스주의 로렌스 러셀 브루어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그는 2011년, 마지막 식사로 치킨 프라이드 스테이크(오스트리아의 슈니첼에서 유래된 비프 커틀릿), 패티 세 장짜리 치즈버거, 튀긴 오크라(고추처럼 생겨 속이 점액질인 채소), 바비큐 1파운드(453g), 파히타(토르티야에 쇠고기 등을 싸먹는 멕시코 음식), 올미트 피자, 아이스크림 1파운드, 땅콩 분태를 곁들인 땅콩버터 퍼지 한 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음식이 나오자 손도 대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러자 텍사스주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식사 제도를 폐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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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 게이시

무려 33건의 살인에 강간까지 저지른 존 웨인 게이시는 1994년, 52세의 나이로 일리노이주에서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마지막 식사로 새우튀김 12마리분, KFC 오리지널 치킨, 프렌치프라이, 딸기 1파운드를 요청했다. 범죄로 기소당하기 전, 그는 세 군데의 KFC에서 일한 바 있다.

◇리키 레이 렉터

그는 살인 2건으로 아칸소주에서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1992년, 그의 나이는 42세였다. 렉터는 마지막 식사로 스테이크, 프라이드치킨, 체리 쿨에이드(물에 타먹는 가루 주스), 피칸 파이를 요청했는데, 디저트인 피칸 파이는 나중에 먹겠다고 남겨 두었다. 물론 그에게 나중이란 없었다.

◇로니 리 가드너

로니 리 가드너는 절도와 강도, 살인 2건으로 2010년 총살형에 처해졌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제 1 사형수단으로 택하지 않는 가운데, 그는 "모르몬교의 전통을 따른다"며 총살형을 선택했다. 그의 마지막 식사는 스테이크와 바닷가재 꼬리(일명 '서프 앤 터프', 육지와 바다의 최고 식재료를 함께 내는 요리), 애플파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메뉴는 엄청나게 특별할 게 없는 가운데, 그는 마지막 식사를 하는 동안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시청을 요청했다.

마리온 알버트 프루엣이 사형 전 먹었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게티이미지뱅크

마리온 알버트 프루엣이 사형 전 먹었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게티이미지뱅크

◇마리온 알버트 프루엣

'광견 살인자(Mad Dog Killer)'라는 별명이 붙은 프루엣은 최소한 5명을 죽인 연쇄살인마로 1999년, 아칸소주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치즈버거 두 개, 피자 여섯 쪽,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덜 익은 토마토를 썰어 계란물과 빵가루를 입혀 튀기는 미 남부 음식), 양파링, 프렌치프라이, 피칸 파이와 버터밀크(크림에서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 제과제빵에 주로 쓴다)를 요청했다.

평범한 식사

◇로니 스레드길

로니 스레드길이 바로 로렌스 러셀 브루어의 피해자이다. 텍사스주의 로니 스레드길은 살인으로 40세에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마지막 식사로 오븐 구이 치킨과 컨트리 그레이비(소시지 등을 볶아 나온 기름에 밀가루, 육수를 더해 끓인 걸쭉한 소스), 채소, 완두콩, 빵, 차, 물과 과일 펀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최후의 식사 제도는 폐지됐고, 스레드길은 자신의 감방에서 다른 재소자와 똑같은 음식을 먹고 생을 마감했다.

◇퍼디낸도 니콜라 사코와 마톨로메오 밴제티

두 사람은 1927년 각각 36세와 39세에 메사추세츠주에서 전기의자로 사형에 처해졌다. 혐의는 2건의 살인이었다. 마지막 식사로 두 사람은 수프와 차, 고기와 토스트를 먹었다. 사형당한 뒤 50년이 지난 1977년, 메사추세츠의 주지사는 이들이 누명을 썼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 있다.

◇로이스 나딘 스미스

스미스는 아들의 전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죄로 2001년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그의 마지막 식사는 바비큐립, 양파링, 딸기 바나나 케이크, 체리 라임에이드였다.

◇스티븐 웨인 앤더슨

강도, 폭행, 살인 7건으로도 모자라 탈옥까지 저지른 스티븐 앤더슨의 말로는 독극물 주사였다. 200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사형에 처해질 때 그의 나이는 49세였다. 그의 마지막 식사는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2쪽, 코티지치즈 1파인트, 옥수수, 초콜릿칩 아이스크림, 그리고 래디시였다.

◇테레사 루이스

남편과 양아들을 죽인 죄로 2010년, 테레사 루이스는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버지니아주 최초로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진 여성이었다. 그의 마지막 식사는 프라이드치킨, 완두콩, 닥터페퍼와 애플파이였다.

간소한 식사

◇존 엘리엇

조이스 먼지아를 강간 및 살해한 죄로 2003년, 텍사스주에서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진 존 엘리엇은 초콜릿칩 쿠키 여섯 개와 뜨거운 티를 마지막으로 먹었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로 168명을 숨지게 한 티모시 맥베이가 요청한 최후의 식사는 민트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로 168명을 숨지게 한 티모시 맥베이가 요청한 최후의 식사는 민트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티모시 맥베이

사형수 가운데서도 '민초(민트 초콜릿)'파가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는 2001년, 33세에 인디애나주에서 독극물 주사로 생을 마감했다. 죄목은 168명의 살인이었다. 그는 마지막 식사로 민트 초콜릿칩 아이스크림 2파인트(약 1리터)를 요청했다.

◇제랄드 리 미첼

그는 17세였던 1985년 두 사람을 산탄총으로 쏘아 살해했다. 텍사스에서 2001년 독극물 주사로 치러진 사형 집행 전, 그는 마지막 식사로 사탕 한 봉지를 골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빅터 페거

빅터 페거는 1963년, 아이오와주에서 28세에 교수형을 당했다. 죄목은 납치와 살인이었다. 마지막 식사로는 씨가 든 올리브 한 알을 요청했다. 사형 후 매장당하면 시신을 양분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싹틔우려는 의도였다. 사형이 집행된 뒤 그의 죄수복 상의 주머니에서 올리브 씨가 발견됐다.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에일린 우어노스는 죽기 전 블랙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게티이미지뱅크

7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에일린 우어노스는 죽기 전 블랙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게티이미지뱅크

◇에일린 우어노스

그의 이야기는 샤를리스 테론 주연의 '몬스터'로 영화화된 바 있다. 우어노스는 1989~1990년에 남자 7명을 총기로 살해했다. 2002년 독극물 주사로 사형에 처해진 그의 마지막 식사는 블랙 커피 한 잔이었다.

◇필립 레이 워크맨

2007년 독극물 주사로 사형에 처해지기 직전, 워크맨은 마지막 식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테네시주 내쉬빌의 노숙자에게 채식 피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도소 당국은 거부했다. 결국 지역의 활동가들이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피자를 보냈다.

◇앙헬 니에베스 디아즈

무장강도, 납치와 살인으로 디아즈는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독극물 주사형에 처해졌다.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디아즈는 특별 요청을 거부했으므로 교도소 식단에 맞춘 일반 식사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먹지 않았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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