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몇 주만 늦추자

입력
2021.06.24 00:00
27면
서울 명동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7월 1일 부터 6인 인하 모임 가능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서울 명동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7월 1일 부터 6인 인하 모임 가능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6월 들어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목표인 1,300만 명을 넘어 1,500만 명이 1차 접종을 했으며,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일단락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1차 목표는 사망자의 감소이다. 집단면역을 통한 확산 저지까지는 아직 여러 난관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큰 폭으로 감소하지 못하는 일평균 확진자 수가 그 어려움을 보여준다. 금주 일일 평균 확진자 수는 400명대로 소폭 감소했으나, 주말과 주초에는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중반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가 여전하다.

현재 유행상황은 확산 규모를 증가시키려는 힘과 감소 동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확산을 촉발하는 요인은 변이 바이러스 유행과 같은 외부 요인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같은 내부 요인이 있으며, 상황을 통제하려는 힘은 백신 접종이다. 여러 연구 기관과 단체에서 현재 접종 속도가 유지될 경우 8월 이후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몇 가지 가정이 존재한다. 델타 변이로 불리는 인도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기존 알파 변이보다도 50% 이상 빠를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영국,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국가에서 델타 변이는 우세종이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점차 비율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고 전파속도가 늘어나는 효과는 반영되지 못한다. 또 정부는 7월 이후 큰 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계획하고 있다. 만약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다면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가게 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는 1년 반 동안 지루하게 이어온 사회적 거리 두기를 끝낼 시점은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완료되는 때이다. 하지만 7월 초로 제시된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시점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고위험군에 대한 1차 접종은 충분히 이루어졌지만 완전한 보호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의 효과는 2회 접종을 완료해야 가장 높아지며, 1회 접종은 효과의 크기와 지속기간이 떨어진다. 1회 접종만으로도 상당수의 사망과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반대로 감염과 사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6월 말이 되면 고위험군의 1차 접종이 완료되지만 그 접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7월은 고위험군이 완전히 보호받는 시점이 아니다.

두 번째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에 따라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에서도 다시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은 빠르게 백신 접종을 진행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등 과거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인해 영국은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고 있다. 비록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백신 접종을 2회까지 완료할 경우 높은 중증화 감소 효과와 의미 있는 감염예방률을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백신 미접종군은 급격한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유입과 전파속도가 늦다고 볼 수 있지만, 백신 접종률도 높지 않다. 따라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속도는 매우 급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차에서 3차 유행까지 경험으로 볼 때 급격한 방역 완화는 확진자의 증가세로 이어졌다. 방역에서 지난 1년간의 교훈은 방역 단계 상향은 최대한 빠르게, 방역 완화는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의 섣부른 방심이 급격한 유행으로 이어지고 가혹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어가야 했던 상황들을 정부 당국자는 명심해야 한다. 단 몇 주만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늦추어도 올해 하반기 유행상황에는 큰 도움이 될 수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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