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쓰러졌을 때도 '새우튀김 갑질' 손님·쿠팡이츠 나몰라라"

사망한 분식집 업주 딸 라디오 인터뷰
"쿠팡이츠, 법적 대응하겠다는 데도 무반응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가게로 찾아와"
"해당 고객은 오히려 본인이 억울하다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우한 기자

납득되지 않는 환불 요구에 응하고도 배달앱 업체 '쿠팡이츠'로부터 경고성 전화를 받다 사망한 분식집 업주의 유족이 "언론 보도 전에는 쿠팡이츠도, 손님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 게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사망한 업주의 딸 A씨는 23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언론에 공개하게 된 이유는 쿠팡이츠나 손님이나 책임지지 않고 서로 나몰라라 하고 묵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던 A씨의 어머니 B씨는 쿠팡이츠로부터 경고성 전화를 받다가 급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고, 3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사망했다.

당시 B씨는 "전날 먹은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받았다. 그 과정에서 폭언까지 들었던 B씨는 결국 새우튀김값을 환불해 줬지만, 고객은 다시 쿠팡이츠를 통해 새우튀김과 함께 시킨 다른 음식 전부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쿠팡이츠 앱에 별점 1점 혹평도 남겼다.

쿠팡이츠는 그때부터 B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B씨는 결국 다른 음식값까지 환불했지만 전화는 계속됐다. 쿠팡이츠는 B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추후 조심해 달라'며 경고성 전화를 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쿠팡이츠로부터 4번, 해당 고객으로부터 3번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쿠팡이츠에 항의를 했고 법적 대응 하겠다고도 했는데 그때까지도 별말 없었다. 뉴스에 보도되는 걸 보고 그제서야 뒷수습하기 바빴다"고 전했다.

22일 쿠팡이츠 측이 가게로 찾아왔으나 돌려보냈다고 했다. A씨는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나. 다 돌아가신 분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며 "할 말 없다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또 어머니가 쓰러진 이후 아버지가 해당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했으나 발뺌하기 바빴다고 했다. A씨는 "'그쪽이 잘못해서 쓰러진 건데 왜 나한테 책임을 묻냐'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A씨는 어머니가 최근 건강 검진을 했는데도 혈압 등에 이상이 없었다며 "쿠팡이츠와 그 고객과 전화하다가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 와중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 것이 너무 힘들다"며 "아버지도 같이 일하셨는데 충격으로 일도 못하시고 저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