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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냐 버블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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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백신은 맞고 다니냐”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인사를 나눈다. 주변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 근처에서 마스크 한 박스(50개)를 1,000원에 사는 행운을 잡았다. 마스크 대란 때와 격세지감이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마스크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다.
코로나19 공포가 수그러드는 것은 반길 일이나 걱정거리도 적지 않다.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렸다.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을 줬지만, 자산 버블(거품)을 키우는 것이 딜레마다. 특히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다. 이번 정부 4년간 2배 가까이 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집값이 계속 오를까 아니면 폭락할까’에 쏠린다. 한국은행은 22일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집값이 크게 하락한 경우는 3번 정도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건설된 1990년 전후,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7년 직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촉발한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인 2008년 즈음이다.
1기 신도시 건설로 집값을 일시 잡은 것은 다량(265만 가구)의 공급 정책이 먹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수요는 계속 늘고 신도시 건설도 계속됐지만, 집값은 오름세다. 외환위기는 금융 분야에서 고장이 난 것이라 지금 상황에서 별달리 참고할 것이 없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미국 집값 버블이 시발점이 되어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갔던 것이라 되새길 만하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와 함께 9ㆍ11 테러,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 경기가 악화하자 경기 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이 나왔다. 대출 이자가 내려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버블이 생겼다.
이후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시작됐고 버블이 순식간에 터졌다. 돈을 빌려 주택을 산 사람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 불능에 빠지면서 대형 금융사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그래서 금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버블을 감지한 이후 금리를 2006년까지 연차적으로 올려 5.25%를 만들었다. 이후 2007년 8월까지 유지하는 와중에 시장이 견디지 못하고 버블이 터졌다. 일본도 부동산 버블이 터진 것은 금리 인상 때문이었다. 1989년 기준금리가 6.0%에 이르자 시장이 붕괴했다. △초저금리로 인한 버블 형성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기준금리가 대략 5%를 넘으면 버블이 터지는 패턴이다.
집값이 물가와 연동되는 수준이라면 합리적이다. 물가가 연 3% 올랐다면 10억 원이던 집값이 10억3,000만 원이 되는 정도다. 하지만 집값이 물가에 비해 과다하게 오르는 것은 국가 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 주거 비용이 크면 경제 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집을 사겠다는 꿈이 실종됐다. 결혼과 출산 저하를 유발하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증권, 코인시장이 난리지만 이 또한 불로 뛰어드는 나방일 뿐이다.
자산시장을 연착륙시키려면 현재로선 금리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적절한 시점에서 질서 있는 정상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경제 주체들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투자 귀재 반열에 오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버블은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 버블은 언제나 마지막이 좋지 않다”고 했다. ‘버블은 꺼져야 버블인 줄 안다’는 평범한 경제 상식을 곱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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