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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목조차 모호한 박나래 수사 장기화… "경찰, 여론 눈치 보나"

입력
2021.06.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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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정보유통 혐의 거론에 "음란물 아냐" 이견
경찰 "급한 사건 많아 지연… 송치 여부 곧 결정"

개그우먼 박나래. MBC 제공

개그우먼 박나래. MBC 제공

유튜브 예능 방송에서 남자 인형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고발당한 개그우먼 박나래(36)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적용할 수 있는 혐의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여론을 의식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관련기사: 경찰, '성희롱 논란' 박나래 수사 착수)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4월 초 박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그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또 해당 방송의 원본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고 이달 초엔 박나래를 소환조사했다.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경찰은 아직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 3월 웹 예능 '헤이나래'에 출연해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의 팔을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가 성기 모양을 만드는 등의 장면을 연출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문제 삼은 시청자가 4월 초 국민신문고에서 민원을 제기한 후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논란이 된 콘텐츠가 온라인 유통물인 점을 감안해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를 우선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불법정보유통 혐의가 적용되려면 해당 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해야 해 경찰 안팎에서 이견이 적잖은 상황이다. 대법원 판례에선 '음란'을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의 영상이 과연 이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달 "문제된 표현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행위를 묘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데다가 성희롱이라는 파급력 있는 사안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경찰이 소신 있는 사건 처리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게 명백하다면 빨리 종결해야 하는데, 경찰에서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시급한 사안이 산적해 수사가 늦어졌다"며 "혐의 여부를 판단해 조만간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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