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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과 지지자가 주도하는 공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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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젊은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이 불러일으킨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중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부터 공천자격시험을 적용하겠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준석 대표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다면, 대학에 몸담은 입장에서야 감사할 따름이다. 어떠한 형태의 시험이든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출제 및 심사를 담당할 외부 전문가들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혹은 공천자격시험을 염두에 두고 예비 출마자들을 위한 특별 과정을 대학 차원에서 마련할 수도 있겠다. 나아가 그렇지 않아도 최첨단을 달리는 한국의 사교육계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릴지 모를 일이다.
선출직 공직자에게 자격시험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비추어봤을 때 현실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쏟아졌으니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은 과연 어떠한 배경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되었는가이다. 무엇보다도 자격시험을 통한 후보 공천은 이준석 대표가 내세우는 할당제 폐지와 능력주의 도입과 맥을 같이한다. 이를 통해 이준석 대표가 동원하는 정서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좌절감, 그래서 시험이라도 도입해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외침이다. 물론 불공정의 해법이 경쟁과 능력주의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천 과정에서 자격시험을 도입하자는 이야기 역시 그만큼 각 정당의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과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추천이 십수 명 남짓으로 구성되는 공천심사위원회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공천 결과가 정당 지도부와의 연줄과 파벌에 따라 달라진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일반 당원과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당내 경선 후보들이 결정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여론조사업체의 전화를 받았을 때 숫자를 누르는 정도로만 후보 공천에 참여한다. 그나마 여론조사 경선이라도 실시되면 다행이며, 많은 지역에서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경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기 일쑤이다. 수많은 정치신인들이 이 과정에서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뜻을 꺾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소외된다.
일찍이 정당론을 정립한 샤츠슈나이더는 “공천 절차의 모습이 정당의 모습을 결정하며,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바로 정당의 주인”이라고 갈파했다. 따라서 공천 개혁의 방향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질적인 후보선출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선거법과 정당법에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우선 진정한 상향식 공천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당의 지역 단위 조직을 부활시키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예비후보자 등록과 경선 일정을 앞당겨서라도 단순히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것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참여가 가능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토론할 수 있겠지만, 어느 경우든 확실한 것은 피선거권자들에게 특정한 자격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섣부른 아이디어로 치부하기보다는 바람직한 공천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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