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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의 전략적 선택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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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대구·경북(TK)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당대표로서 최선은 아니지만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으로 ‘0선’의 30대를 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권 창출을 위해 ‘될 사람’을 몰아주는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판단을, 고지식한 TK 유권자들이 배웠다는 얘기도 나왔다. 야권 대선 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보수층의 이런 전략적 선택이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 전략적 선택은 일종의 ‘흑묘백묘론’이다. 정권 창출을 위해서라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 않겠다는 태도다. 이준석 대표가 원내 경험이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더라도 2030 표를 끌어올 수 있다면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게 TK의 판단인 셈이다. 이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뜻이다.
□ 하지만 TK의 이준석 선택에는 미묘한 측면이 깃들어 있다. 이 대표의 출생지는 서울이지만 부모 고향은 대구다. 이 대표가 TK 출신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TK 적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외견상 TK가 세대 교체의 파격을 택했지만 보수 본산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살리는 선택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인구에서 열세인 호남이 정권 창출을 위해 타 지역 인사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다.
□ 흑묘백묘론은 윤 전 총장에겐 양날의 검이다. 보수 진영과 구원(仇怨) 관계인 그가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보수의 실리적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의 ‘도구’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달리 보면 그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대안 주자가 나오면 '쥐 잡는 고양이'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 등장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고 다른 주자들의 이름도 활발히 거론된다. 윤 전 총장에게 위기는 ‘X 파일’이 아니다. 보수가 ‘윤석열 없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어쩌면 최대 악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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