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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군사경찰단장, 부사관 사망 보고에 '성추행' 삭제 지시"

입력
2021.06.21 15:23
수정
2021.06.21 15: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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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 반대 묵살하고 네 차례 '성추행' 삭제 요구
군인권센터 "단순사망 은폐 보고서 국방부에 올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앞에 11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을 기리는 국화꽃이 꽂혀 있다. 뉴스1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앞에 11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을 기리는 국화꽃이 꽂혀 있다. 뉴스1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방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서 '성추행' 부분을 삭제해 단순 사망사건으로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1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게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피해자 A 중사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실무자는 국방부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기재했지만, 군사경찰단장인 이모 대령이 이를 막았다. 이 대령은 실무자에게 보고 당일 4차례에 걸쳐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실무자의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고 한다.

센터는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전면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군사경찰단장을 즉시 허위보고죄로 입건하고 구속 수사해 어떤 이유로 국방부에 허위 보고를 한 것인지, 이 과정에 연루된 이들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형법 38조는 허위보고죄에 대해 징역형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센터는 또 성추행 수사를 맡았던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가 수사 초기부터 불구속 의견을 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센터에 따르면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은 올해 3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6일 만에 작성한 인지보고서에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의견'을 기재했다고 한다. 당시는 피해자 진술만 받은 때로, 가해자 조사는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진행됐다.

센터는 "통상 구속 여부 판단은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이뤄진다"며 "결국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사건 가이드라인을 짜놓은 셈인데,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외압 없이 이런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봤다. 아울러 국방부조사본부가 수사계장의 직무유기에 대한 정식 수사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의 허위보고 지시 의혹도) 범위에 넣고 살펴보고 있다"며 "수사 및 조사 중인 사안이라 (피의자 입건 여부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국방부 군검찰단은 20전투비행단 수사에서 A 중사를 성추행한 B 중사를 강제추행 치상 혐의, A 중사에게 사건 무마를 압박한 C 준위 등 2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공군본부 지휘부에 대해선 국방부가 특별감사팀을 꾸려 감찰을 진행 중이다.

앞서 A 중사는 3월 2일 회식 후 귀가 차량에서 선임 B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 사실을 즉시 상관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는 조직적 회유와 압박에 시달렸다. A 중사는 지난달 18일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옮겼지만 같은 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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