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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갈등 불씨 된 '대선후보 180일 전 선출'의 정치학

입력
2021.06.21 08: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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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제 논의를 위한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준비한 자료를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제 논의를 위한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준비한 자료를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8조 2항)

당헌을 따른다면 민주당은 내년 3월 대선의 180일 전인 9월 10일 전에는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대선 120일 전까지 선출'하는 국민의힘보다 두 달 이른 셈이다.

'대선후보 경선 일정' 논란 대선마다 반복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일찍 후보를 선출하는 데는 경선 과정의 앙금을 털고 최종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원팀'이 돼 본선을 준비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상대 당에 비해 후보가 검증대에 올라와 있는 시간이 길고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뺏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연기론'은 매번 제기돼 왔다.

경선 일정을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대의말고도 각 후보 캠프의 유불리와 맞닿아 있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후발주자들이 경선 연기를 주장한 반면, 지지율 1위였던 문재인 후보 측은 경선 연기를 반대했다. 이번에도 여론조사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원칙론을 주장하는 반면, 추격하는 입장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경선 연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당헌대로 선출한 적도, 후보들의 요청에 연기한 적도 있었다. 결과는 그때마다 달랐다.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똑부러진 정답이 없었다는 점은 경선 연기 여부를 매듭지어야 하는 지도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배경이다.

2002년 '8개월 전' vs 2012년 '3개월 전'... 그 결과는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측은 '2002년 대선 트라우마'를 자주 거론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선을 8개월여 앞둔 4월 27일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이인제계가 주축이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흔들어대면서 컨벤션 효과는 금세 사라져버렸다. 정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성사로 본선 승리를 거뒀지만, 당 안팎에선 '너무 일찍 선출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싹 텄다.

경선을 연기했음에도 대선에서 패한 적도 있다. 가까운 사례가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붙은 2012년 18대 대선이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그해 경선 기간이 전당대회 일정과 겹치는 데다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명분하에 당무위 의결로 후보 선출시점을 대선 3개월(90일) 전으로 미뤘다. 박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1개월 늦게 선출됐음에도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했다. 안 후보와 단일화 이후 화합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본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野 역동성 선점 당해... 與 '경선 흥행' 고민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을 제외한 15~18대 대선에서는 상대 당보다 먼저 선출된 후보가 당선됐다. 경선을 연기하는 것이 반드시 대선 승리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 경선 연기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은 '경선 흥행'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이준석 돌풍'이 상징하는 세대·정치교체의 역동성이 국민의힘에 넘어가 있는 상황은 악조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것도 한계로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흥행과 관련해서는 "경선기획단이 출범하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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