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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아빠였는데" 김동식 구조대장 순직에 동료들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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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만 건너면 인사라도 할 수 있었는데…”
경기 이천소방서의 최미진 소방위는 얼마 전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을 보고도 인사하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소방위는 21일 오전 본지 통화에서 “몇 주 전 하남시내에서 걸어가는 대장님을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길을 건너서 인사라도 건넸어야 했는데…”라며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 소방위가 김 대장을 처음 만난 건 2003년 하남소방서 소방대원으로 임용된 직후였다. 2005년까지 하남소방서에서 함께 일했고, 이후 양평소방서에서도 일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김 대장을 잘 알고 있었다. 거주지도 같은 하남시내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오가면서 만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 소방위는 "대장님은 굉장히 무뚝뚝하고 호통치는 무서운 고참이었다. 지휘관이 우유부단하면 직원들이 다칠 수 있다며 업무 처리에 있어선 단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석에선 농담도 잘하고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따뜻한 분이었다고 최 소방위는 기억했다.
김동식 대장은 '딸바보'였다고 한다. 최 소방위는 “버스에서 대장님 딸과 함께 만난 적이 있는데 딸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렇게 선할 수가 없었다. 딸에게 ‘아빠랑 함께 근무하는 멋진 소방관 이모’라며 저를 소개해 줬는데 직장에서 보던 엄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 회상했다.
최 소방위를 비롯해 광주소방서 동료들은 김 대장의 갑작스러운 순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장을 비롯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던 소방관 5명 중 탈출한 중상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구조대원 3명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병가 중이다.
1년 4개월 동안 광주소방서 구조대에서 함께 근무한 함재철 구조3팀장도 고인의 영정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장례식장에서 만난 함 팀장은 “현장 경험이 많은 분이라 한쪽에 대피해 계시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기대했는데, 결국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구조대장이 건물 안에 있는데 열기 때문에 제때 들어가지 못했다. 내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고 초라해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 팀장은 김동식 대장이 '초심'과 '원칙'을 강조한 진정한 소방관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장을 처음 접한 직원들은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세운 원칙이 맞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함 팀장은 "한 달 전 평소 문자메시지 한 번 안 보내던 분이 ‘내가 널 잘 몰랐던 것 같다. 더 많이 소통하자’는 문자가 왔는데 동질감이 느껴졌다”며 “이순신 장군이 음해와 시기를 받았지만 후대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대장님의 원칙적 사고가 옳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식 대장의 지인들도 이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김 대장을 만났다는 김종목씨는 “의리 있었고 늘 적극적으로 나서 친구들을 잘 챙겨줬다”고 말했다. 안승연씨는 “화재 난 곳으로 들어가는 게 망설여지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고인이 '우리는 망설일 겨를 없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었다”며 “이제는 불 없는 세상에서, 뜨겁지 않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동식 구조대장은 지난 17일 오전 5시 36분 발생한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가 불이 번지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사흘 뒤인 19일 오후 지하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대장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열린다. 유족은 배우자 김은경씨와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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