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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사망 50만명·유럽선 델타 변이 무서운 확산… 코로나 아직 안 끝났다

입력
2021.06.20 2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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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사망 수 세계 2위 '불명예'?
정부 실정 규탄 반정부 시위 발발?
접종률 81% 英 델타 변이 재확산?
WHO "세계적 지배종 될 것" 우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19일 중서부 쿠이아바에서 시민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이아바=EPA 연합뉴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19일 중서부 쿠이아바에서 시민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이아바=EPA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서 감염병 종식 희망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기존 바이러스에 감마(브라질) 변이 바이러스까지 겹쳐 수개월째 시름하고 있는 브라질에선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어섰고, 여름 휴가철 국경 개방을 서두르던 유럽은 델타(인도) 변이 확산에 다시 발목 잡혔다. 조만간 델타 변이가 ‘세계적 지배종’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지구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누적 사망자는 5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60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이맘때 5만 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1년 사이 10배로 폭증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예견됐던 일이다. 브라질은 올 4월 하루 사망자가 4,000명대까지 치솟았고, 지금도 여전히 2,000명씩 죽어 나가는, 한마디로 감염병 ‘통제 불능’ 상태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오는데, 사실 이 나라에선 ‘n차 대유행’이란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 2차 대유행도 진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 보건의료 체계는 붕괴된 지 이미 오래이고, 병상과 중환자실도 80%가 찼다. 백신 공급도 늦었는데 그나마도 접종 완료율은 11%에 그친다. 주정부와 보건 전문가들의 ‘전국 봉쇄’ 요구에도 중앙정부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딴청만 피우고 있다. 거센 반발 속에 강행한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선 개막 5일 만에 확진자가 66명이나 발생했다. 브라질 출입국을 금지한 나라도 어느새 100곳이 넘었다.

결국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이날 26개 주(州) 가운데 최소 22개 주, 380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29일(220여 개 도시) 시위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 정도로 치부하고 백신에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요구가 거리를 뒤덮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보우소나루 정권이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 “보우소나루는 학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경과학자 미겔 니콜리스는 “전국 봉쇄가 없으면 백신 접종률 40%에 이를 때까지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젊은이들이 이달 1일 런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젊은이들이 이달 1일 런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런던=EPA 연합뉴스

유럽은 브라질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거의 다 잡힌 듯했던 코로나19가 최근 다시 맹렬한 기세로 퍼지고 있어서다. 원인은 델타 변이다. 영국에선 이날 하루 확진자가 1만321명이나 나왔다. 사흘 연속 1만 명대다. 그중 90%가 델타 변이 감염이었다. 수개월간 악전고투 끝에 이달 초 일일 확진자를 3,000명대까지 떨어뜨렸는데 그 노력이 며칠 새 무위로 돌아갔다. 성인 인구 81%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는데도 방역망이 쉽게 뚫렸다.

델타 변이는 알파(영국)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60% 이상 강한 데다,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가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변종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에서도 델타 변이는 이미 ‘지배종’이다. 이날 러시아에서 발생한 확진자 1만7,9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120명이 모스크바에서 쏟아졌다. 이 중 90%가 델타 변이 감염자였다. 최근 2주간 모스크바에선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3배 급증했다. 하지만 러시아 자체 개발 백신 ‘스푸트니크V’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대한 불신 탓에 백신 접종률은 정체 상태다.

유럽 각국은 다시 철통 방어에 들어갔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델타 변이를 막기 위해 18~21일 나흘간 단기 봉쇄를 시행했다. 주민들의 도시 밖 이동이 금지됐고, 외국인 입국도 통제했다. 독일도 일찌감치 델타 변이 주의보를 내렸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의 로타어 빌러 소장은 “아직은 델타 변이 비중이 6%에 불과하지만 늦어도 가을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이제는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되느냐가 아니라, ‘언제 지배종이 되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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