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나열 벗어나 냉철한 자기평가 실행
차기정권 정책실패 줄이는 제언해야
정권 재창출보다 진화한 시대정신에 방점
대통령 등 삼부 요인은 물론이고 임기직 공공기관의 장들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재임 중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진단하여 잘된 점과 미흡하거나 시정되어야 할 일, 그리고 다음 임기를 물려받을 팀이 이어나가야 할 의제를 정리하여 기록(terminal paper)을 남기는 원숙한 전통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임기 중 국가와 국민의 공통 이익실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무한책임을 위임받은 헌법기관의 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 다음 선거를 통한 정치적 평가에 앞서 스스로 공과(功過)를 진단하고 이를 천명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의 권한 위임'에 대한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자신의 행정부가 추진했던 정책과 집행에 대한 객관적이면서 냉정한 진단·평가를 차기 정부에 넘겨주어야 한다. 사실 어떤 정부도 허물이 있게 마련이지 완벽할 수는 없다. 준비 부족, 섣부른 편견과 선입견, 과도한 의욕, 막연한 사후 보장 등으로 인해 정책 실패가 야기되었다면, 이를 인정하고 차기 정부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통렬한 자기성찰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 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안 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맹목적 자기방어'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냉정한 자기평가를 단행하면서, "우리가 시행한 정책이 목적은 옳았지만 집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등의 방어적 자세는 자제해야 한다.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원으로 보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왜 비판이 제기되는지를 근원적으로 파악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역대정권 임기 말에 나온 '국정성과보고'는 자랑거리를 나열하는 데 급급했고, 정작 '하려고 했는데 못했던 일', '했는데 잘못된 일', '개선·개혁이 시급한 과제', 그리고 '계속 이어나가야 할 일'을 밝혀주는 명실상부한 정책의 인수·인계는 부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인수·인계의 전통은 사실상 국가경쟁력의 파라미터(parameter)이고 정부역할의 진화를 촉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중립적이며 역량 있는 전문 인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컨대 검찰개혁이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출발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집단의 반발로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목적은 정당, 과정이 문제'라는 자기정당화식 설명은 냉정한 자기성찰 의지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당면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고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광범위한 재정확대 시책을 펼친 결과, 재정수지 구조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방만한 재정운영이 초래되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견고한 재정개혁 노력이 차기 정부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자기평가도 수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원전 가동중단 등 정책 실패로 간주될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 정책 실패를 치유할 수 있는 향후 대책에 대한 격의 없는 제언도 자기평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의 재창출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의 계속성과 경쟁력은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부 정책에 대한 시행착오와 정책 실패를 줄이려는 정부의 역할이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정기국회나 내년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냉철한 '정책적 고해성사'를 실행한다면 G7에 초청된 '격상된 한국'의 정치적 권위와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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