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한예슬 vs 한지혜 라이벌을 통해 배우는 투자의 한 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 중 하나가 바로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다. 데뷔 전 직업과 과거 재벌 남친, 이도 모자라 현재 연하 남친의 전직을 놓고 벌인 한예슬과 한 유튜버의 설전은 제법 큰 관심을 모으는 듯했지만, 양쪽 모두 적정선을 넘기며 대중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연예부 기자로 활동할 시절 아이템이 바닥났을 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게 바로 라이벌 기사 쓰기다. 영원한 맞수인 '물냉면 vs 비빔냉면', 축구 국가 대항전 한일전처럼 연예계에도 여러 맞수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 한예슬과 한지혜가 그랬다. 둘은 2001년 SBS 슈퍼 모델 동기인데다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까지 평행 이론을 보여 라이벌 구도에 딱 들어맞는 연예인이었다.
미국에서 온 한예슬과 공기업 다니는 아빠를 둔 한지혜는 둘도 없이 친했지만, 기자들이 하도 '너 나와~'식의 라이벌 기사를 쓰는 바람에 양쪽 소속사에서 자제를 부탁할 정도였다. "기자님, 그만하세요. 이러다가 둘이 진짜 사이 나빠지겠어요"라며.
그러나 둘은 마치 대결 구도를 즐기기라도 하듯 서로 다른 방송국에서 같은 시간대 미니시리즈로 여러 번 맞붙었다. 한예슬의 홈그라운드가 MBC와 SBS였다면 한지혜는 KBS의 딸로 불리며 안방을 공략했다.
이럴 때면 동전 던지기처럼 어느 한쪽 시청률이 우세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 여지없이 '한예슬, 샅바 싸움에서 먼저 웃었다.' '한지혜 1라운드 완패.' '오늘 밤 한 명은 운다.' 같은 제목의 기사가 등장하곤 했다.
뭐든 적당한 게 좋으련만 이런 '맞짱' 기사가 한두 번 먹히면 데스크와 기자는 좀 더 욕심을 내게 된다. 후속 아이템 없냐는 부장의 암묵적 주문에 모처럼 점수 딸 기회를 얻은 기자가 왜 없겠냐며 무리수를 던지는 식이다. 비교 기사 사절을 원하는 매니저를 만나 속풀이를 들어주는 척하며 추가 취재에 나선다.
최종 후보에 오른 둘 중 누가 화장품 새 모델이 될지, 광고 개런티와 드라마 회당 출연료, 야외 별도 금액은 누가 더 높은지, 방송국 대기실 배정받을 때 1인실인지, 샤워 부스가 딸린 VIP룸인지 등이 모두 깐깐한 여배우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 밖에도 연말 시상식에서 누가 먼저 구찌나 샤넬 드레스를 선점하고, 누가 남아도는 헐렁한 66사이즈 드레스를 입게 될지도 호사가들에겐 관심거리다.
당시 더 비교할 게 없을까 궁리하던 필자 눈에 들어온 건 둘의 차량이었다. 지금은 날렵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프린터가 성공한 연예인 차의 대명사가 됐지만, 그때는 두꺼비처럼 육중한 스타크래프트밴을 타야 '하차감'이 제대로 발휘됐다.
당시 썸엔터테인먼트 소속 한예슬의 차량은 자동문 달린 카니발이었고, 이가기획 한지혜는 동급이지만 실내에 위성 TV가 장착됐었다. 이걸 기사화했더니 한예슬 매니저가 씩씩대며 신문사로 찾아왔다.
그런데 그날 그의 방문 목적은 좀 달랐다. "기자님, 예슬이 차에 지난주 전동 안마 시트를 달았다"라는 소식과 함께 만약 기사 쓸 거면 한지혜보다 언니인 한예슬 이름을 먼저 적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던 거다. 아, 욕하면서 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주식에서도 양대 산맥이 존재한다. 보잉과 에어버스, 네이버와 카카오, 신세계와 롯데 등이 엎치락뒤치락 자존심을 건 각축을 벌인다. 투자할 때 이 라이벌 구도를 잘 이해하고 버즈 아이드샷으로 내려다보면 투자 아이디어와 남다른 수익률을 거머쥘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 모두 삼성전자만 바라보고 있을 때 한발 앞서 LG전자로 관심을 돌렸다면 상대적으로 주식 잔고가 크게 불어났을 것이다. LG전자 주가는 6월 현재 15만 원 선인데 5년 동안 5만~10만 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1년 동안 저점 대비 세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싸도 너무 싸다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
2021년 4월 LG전자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7% 증가했고, 모바일 파트를 제외한 전 사업부의 영업 이익이 무려 232% 늘어난 1조1,714억 원을 기록했다.
장기간 집콕으로 가전제품 보복 소비가 일어났고 이게 고스란히 눈부신 실적으로 잡힌 것이다.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었던 모바일 MC사업부 철수 결정도 주가엔 호재였다. 주식에선 더는 나빠질 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흔하게 벌어진다.
매일유업에 1위를 빼앗기고 고군분투한 유제품 업계 2위 남양유업은 결국 회사가 매각되며 주인이 바뀌었다.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과 창업주 손녀의 마약 범죄 연루, 불가리스 음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유언비어 유포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며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되더니 5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3,100억 원에 팔린 것이다.
주가가 악재만큼만 빠지면 좋겠지만 과매도 상황이 된다면 오히려 저가 매수 타이밍이 아닌지 관찰해야 한다.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진 날 남양유업 주가는 오너 리스크 해소 기대감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자본의 냉정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검색과 메신저로 기업 DNA는 다르지만, 집중적으로 그물을 던지고 있는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난타전이 예고되는 적수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의 장점을 내세워 네이버 페이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 카카오가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페이와 카카오 모빌리티를 내세운 결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 인수전에서도 두 회사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라이벌 회사를 투자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건 경제적 해자(진입장벽)를 갖췄느냐다. 경제적 해자는 경쟁자가 모방하거나 복제하기 어려울 만큼 확고한 브랜드를 갖고 있느냐,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곳에 먼저 깃발을 꽂고 있느냐를 가리킬 때 쓰이는 지표다.
기업이 쓰러지는 건 출혈 경쟁과 이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 수익성이 악화할 때다.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며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미국 월마트나 롤렉스처럼 품귀 현상을 빚는 명품 관련 회사들, 특허 기술을 보유한 제약 바이오 회사 등이 탄탄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곳으로 통한다.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 기자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