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이 미는 '누구나 집'… 꿈일까, 현실일까

입력
2021.06.20 08:00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 방안으로 일명 ‘누구나집’을 야심차게 내놨습니다. 누구나집은 집값의 16%(10% 분양권+6% 거주권)만 내고 10년을 거주하면 최초 분양가로 분양 받을 권리를 준다는 게 핵심입니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집값 폭등으로 주거 사다리가 끊긴 실수요자에게는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주택 사업에 비해 낮은 사업성 때문에 어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할지 의문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분양 전환 시 집값 상승분을 임차인이 거의 가져가는 점, 집값 하락 시 손실 부담을 건설사가 떠안는 점도 사업자의 참여 의지를 떨어트리는 부분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송 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거짓말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누구나집의 성공을 거듭 자신했습니다. 누구나집은 과연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입주자에 혜택 많은 누구나집

누구나집 시범사업부지(자료: 민주당 부동산특위)

지구인천 검단안산 반월·시화화성
능동
의왕 초평파주
운정
시흥 시화MTV
면적22만㎡
2만2,000㎡
4만7,000㎡
4만5,000㎡
6만3,000㎡
22만6,000㎡
공급 가구수4,2255008999519103,300
토지소유LH, IH안산시LHLHLH수자원공사

누구나집은 송영길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이던 2014년부터 추진했던 간판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인천 도화지구에 처음 도입됐고,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서 지난 3월 첫 삽을 떴습니다. 입주자는 확정된 분양가의 16%를 내고 10년을 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합니다. 분양 받을 생각이 없다면 분양가의 6%를 내고 10년간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최초 분양가 5억 원에 책정된 누구나집 분양을 원하는 입주자라면 처음 입주 시 16%인 8,000만 원을 낸 다음, 10년 후 4억2,000만 원을 지불하면 내 집이 되는 것입니다.

혹시 10년 후 집값이 더 올라 시세차익이 생기면 이 역시 입주자가 90%를 챙길 수 있습니다. 가령 5억 원 주택이 분양 전환 시 7억 원으로 올랐다면 시세차익 2억 원 중 10%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을 건설사가 개발이익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90%(1억8,000만 원)를 입주자가 가져가는 셈입니다.

반면 정부가 그간 추진했던 공공임대나 뉴스테이 공급 정책은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때 생기는 시세차익을 사업시행자가 독식하는 구조였습니다.

누구나집 시범사업 후보지로는 인천 검단지구, 안산 반월·시화지구, 화성 능동지구, 의왕 초평지구, 파주 운정지구, 시흥 시화 MTV 등 6개 지역이 선정됐으며 약 1만785가구가 공급될 계획입니다.

돈도 안 되는데 건설사가 굳이 나설까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누구나집은 '공공 지원 민간임대'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라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민간업자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얼마 가져가지 못하고, 집값 하락 시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등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에 과연 어떤 건설사가 나설지 시장의 의문은 큽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을 끼고 한다면 손해 볼 일은 없겠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호황일 때는 공사비를 2, 3년이면 회수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누구나집은 10년간 투자금액이 묶이게 되는 구조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8년 입주자를 모집한 영종도 미단시티의 누구나집은 두산건설이 사업자로 참여했지만 수익성 확보 문제로 3년간 공사가 미뤄졌고, 동원건설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택 경기가 안 좋을 때도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집값이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사업자 몫인 사업비의 15%(5% 투자금+10% 개발이익)를 분양 전환 시까지 회수하지 못하도록 했다가 이 금액에서 떨어진 집값을 충당하기로 했습니다. 분양가 5억 원 주택이 분양 전환할 때 그보다 하락하면 건설사의 몫 15%(7,500만 원)에서 떨어진 금액을 입주자에게 보전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토지 확보 쉽게 한다고 하지만…

사업 후보지에 실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서울이 빠진 점도 사업 전망을 흐리게 합니다. 모두 경기, 인천 지역에 공급되는데 주변 집값이 높고 교통망 개발 기대감이 있는 일부 지역에만 수요자가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입지나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은 10년 후 자산가치 상승을 노릴 수 없어 외면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파트 공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토지 확보는 모두 공공 소유라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지만 인근 주민 반발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생활 편의를 위한 자족시설 용지가 사라지고,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와 기존 주택의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는 과천지구와 태릉지구 공급 부지는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공급계획이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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