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압박했다 풀었다... 이준석식 '밀당의 시간'

입력
2021.06.18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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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당으로 끌어들이되, 당의 자존심과 존재감도 지켜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국민의힘 안팎의 다른 대선주자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한다.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공유한다. 그러나 '이준석의 시간표'와 '윤석열의 시간표'는 다르다. 이 대표는 "8월 말 전에 입당하라"고 요구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무소속 윤석열'의 몸집이 더 커져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분이 축소되면, 이 대표의 미래도 축소될 것이다.

'윤석열과 밀당'...한발 물러선 이준석

이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은 잠재적인 우리 당과 야권의 대선 후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여야의 협공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내 갈 길만 가겠다"며 국민의힘과 멀찍이 거리를 두자 감싸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대선후보 경선 버스는 8월에 출발한다"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17일 언론 인터뷰에선 "아마추어 티가 나니, 빨리 입당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 갈 길", 즉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고집을 부리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했다. "야권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분들과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건 피하고 비슷한 점을 많이 강조하겠다"고 물러섰다. 윤 전 총장을 놓치면 이 대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2년 3월 당시 김종인·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3월 당시 김종인·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종인 전략'과 닮은 '이준석 전략' 통할까

이 대표의 대선 전략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과 닮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올해 초 두 달 넘게 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지켰다. 지지율을 무기로 야권 후보 단일화 속도전을 압박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시간표'를 내밀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당내 주자부터 키운 끝에 안 대표를 눌렀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한 번도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다.

'김종인식 전략'이 또 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효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이를 흡수하는 당내 대선주자가 없어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 등 당 밖의 대선주자들이 이미 보수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버티기보다 '통합 메시지'부터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몸을 낮춘 것도 일단 '자강'보다 '통합'에 방점을 두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다만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치고 빠지기 식의 견제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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