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mRNA 백신 큐어백, 예방효과 미달… 직격탄 맞은 유럽

입력
2021.06.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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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서 변이 13종 발견, 백신 예방효과 저하
한국도 위탁생산 추진 중… 상용화 시일 걸릴 듯

독일 튀빙겐에 위치한 제약사 큐어백 본사. AP 연합뉴스

독일 튀빙겐에 위치한 제약사 큐어백 본사. AP 연합뉴스

독일 제약사 큐어백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최종 임상시험 중간 분석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큐어백은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최신 바이오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ㆍ전령RNA)’ 방식으로 제조된 세 번째 백신이다. 여러 종류 백신을 확보해 감염병 종식을 앞당기려던 글로벌 보건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큐어백은 16일(현지시간) 유럽과 남미 10개 국가에서 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 134건을 중간 분석한 결과, 예방효과 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직 남은 80건에 대한 마지막 분석까지 마치면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상용화에는 미달하는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예방효과가 최소 70%는 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큐어백은 저조한 효능의 주요 원인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지목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최소 13종에 이르는 변이를 발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코로나19 확진 사례 124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단 1건만 기존 바이러스였고 57%는 감염력이 더 높은 변이로 파악됐다. 프란츠 베르너 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는 “중간 결과가 좋기를 기대했지만 전례 없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변이가 출현한 상황에서 높은 효능을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수많은 변이들은 차세대 백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반면 90% 넘는 효능을 보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변이 확산 전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큐어백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이 매우 드문 혈전 생성 부작용으로 논란이 된 이후 수요가 치솟은 mRNA 백신의 공급 불균형을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또 화이자(100㎍)와 모더나(30㎍)에 비해 훨씬 적은 용량(12㎍)을 투여하도록 설계돼 생산 단가가 낮고, 기존 냉장고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보관ㆍ유통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서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컸다.

큐어백은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면서 규제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상용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올해 3억 회분, 내년 10억 회분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큐어백 백신 도입을 준비하던 나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큐어백 백신 위탁 생산을 추진해 온 한국도 난감하지만,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연합(EU)은 큐어백 백신 4억500만 회분을 주문했고, 독일은 추가로 2,000만 회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큐어백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백신 생산 파트너십을,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는 내년 하반기 승인을 목표로 차세대 백신 개발 협약을 맺은 상태이기도 하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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