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강력한 미사일 억지력을 갖게 됐다

입력
2021.06.17 17: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 혁신은 무기 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 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현무-2A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현무-2A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사실을 전합니다"라고 발표했다. 미사일 지침 종료는 왜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일까? 미사일은 비대칭전력으로 분류되는 대표적 무기체계로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원거리의 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이처럼 가공할 미사일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부과되었던 제약이 모두 제거되었다는 점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는 너무나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한국이 아무런 제한 없이 필요에 따라 미사일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전의 승패는 정밀유도무기의 성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대 전쟁에서 정밀유도무기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정밀유도탄 사용 비중은 10%였으나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정밀유도탄의 비중은 3분의 2로 급속히 증가했다. 최근의 분쟁들에서도 정밀유도무기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대표적으로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은 아랍연합의 첨단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했다.

1979년 최초 합의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최대 사정거리 180㎞와 최대 탄두중량 500㎏의 한계를 설정했다. 이후 2001년, 2012년, 2017년, 2020년 등 네 차례의 개정을 거쳐 마침내 2021년 사정거리, 탄두중량, 드론 탑재중량, 우주발사체 연료 등에 대한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지침의 지속적인 개정은 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등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은 미사일 지침하에서도 꾸준히 미사일 능력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현무-4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의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현무-4는 사정거리 800㎞와 탄두중량 2톤의 성능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금번 미사일지침 종료로 미사일은 물론 드론과 우주발사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현무-2A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현무-2A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미사일 능력 구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시킨다. 핵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에 미사일은 북한의 핵 기반시설과 지도부를 타격할 수 있는 효율적 재래식 무기체계이다. 또한 드론과 군사정찰위성기술의 발전을 통해 핵을 가진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사일은 지상전의 양상과 승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바우어스와 하임은 한국의 미사일전력은 장기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핵개발 잠재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의 개정이 지난 4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사실을 상기해볼 때, 현재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지침 종료의 직접적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일 수 있다. 이번 미사일지침의 종료는 북한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한 한미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자체 억지력을 강화하면서 대북 협상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미사일지침 종료가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초래하는 부수적 효과로 보인다. 전략적 파급 효과의 지나친 확대해석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되면서 이제 진정으로 '힘이 뒷받침하는 평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변곡점이 마련되었다. 미사일 능력은 어느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재래식 억지력을 제공한다. 금번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는 '자주적 안보'의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한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 평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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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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