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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난소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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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세 여성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한 달쯤 전부터 배가 좀 나오기 시작하더니 2주 전부터는 이상하게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불러왔다. "살 쪄서 그런 거니 운동 좀 하라"는 남편의 핀잔에 우울감까지 더해지기 시작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 조절도 잘하고 있었기에 왠지 살이 쪄서 나타나는 증상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부터는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지속되자 A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병원을 찾은 A씨는 예상치도 못한 진단을 받았다. 난소암이었다. 게다가 이미 복수가 차서 3기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매년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받고 식단도 신경써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A씨는 대체 왜 난소암에 걸리게 된 건지, 그리고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난소암은 자궁 양측에 위치한 난소와 그에 인접한 난관에서 발생하는 암입니다. 젊은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생식세포암과 50~60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피세포암으로 나뉘는데, 상피세포암이 난소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난소암 환자는 2,898명입니다. 10년 전인 2009년에 비해 무려 56.6% 늘어난 수치이지만,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에 비해서는 비교적 발병자 수가 적은 탓에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낯선 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병 시 암이 퍼지는 속도가 빨라 사망률이 높은 암입니다.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야 진단되는 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한 이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탓에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다소 애매하지만 난소암 환자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습니다. △복부 혹은 골반의 통증이 느껴지고 △식사를 잘 못하거나 쉽게 포만감을 느끼며 배가 불러오고 △소변이 자주 혹은 급하게 마려운 증상이 거의 매일 나타나고 수 주 이상 지속된다면 난소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난소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동안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수개월마다 시행해 난소암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여러 차례 이뤄진 바 있지만, 평균적인 위험도를 가진 여성에게서 난소암 검진이 효과가 있다는 결과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앤젤리나의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난소암과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라는 유전자 변이가 앤젤리나에게도 유전됐기 때문입니다.
BRCA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앤젤리나는 암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난소암은 약 14%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BRCA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유전자 변이로 인한 발병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난소암 환자라면 가족력에 상관없이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합니다.
검사 결과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환자의 형제·자매·자녀 등 친족들도 해당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A씨도 결국 수술을 받았는데,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보니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가족들도 검사해 보니 자녀 또한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었습니다.
가족력을 살펴보니 A씨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었고, 5년 전에는 언니가 난소암으로 진단받은 이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이모, 언니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어머니나 이모, 언니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유전자 검사도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유전자 변이를 미리 발견해 A씨도 앤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차원의 수술을 받았다면 난소암에 안 걸리지 않았을까요?
난소암은 복강 내에 종양이 흩뿌려지듯이 존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곧 복강이라는 열린 공간에 작은 종양이 여기 저기 퍼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면 수술만으로는 모든 암세포를 치료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술 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몸속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은 항암치료를 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유지요법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와 함께 혈관생성억제제를 투여하면 재발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최근에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PARP 억제제를 유지요법으로 사용해 재발을 크게 감소시킨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PARP 억제제란 암세포 분열을 위한 DNA를 복구하는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경구용 표적 치료제로, 재발 위험을 최대 70%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서구화된 생활 습관으로 난소암 발병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이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치명적인 질병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항암제 외에도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으므로 의료진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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