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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와 라벨이 후원자에게 바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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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G 장조는 G 단조와 으뜸음(Gㆍ솔)이 같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스크리아빈은 G 장조의 색깔을 각각 '골드브라운'과 '오렌지 장미색'으로 묘사했다. 바로크 시대에서는 '축복과 은총의 조성'으로 통했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작곡가들은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거나, 축복할 때 G 장조의 음표를 그리곤 했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19세기 말 프랑스 음악사에는 중요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바로 폴리냑 공작부인이다. 부호였던 그는 당대의 음악인들을 아낌 없이 후원했다. 작곡가 라벨도 폴리냑 부인의 수혜를 입은 사람 중 하나였다. 1899년 라벨은 자신의 후원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G 장조로 피아노곡을 썼다. 평소 루브르 박물관에서 벨라스케스 그림을 즐겨 봤던 라벨은 스페인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초상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를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그 유명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다.
장재진 기자(장):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 장조 역시 프랑스 롱 티보 콩쿠르의 창시자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마르그리트 롱 여사에게 헌정된 곡이다. 다음 달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라벨의 두 곡을 연주한다.
지: 앞서 바로크 시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에게는 카이저링크 백작이라는 후원자가 있었다. 바흐가 궁정 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준 인물이다. 그런데 카이저링크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음악 애호가였던 백작은 "편안히 잠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바흐에게 부탁했고, 바흐는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기꺼이 곡을 썼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연주시간이 50분에 달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G 장조)이다. 다음 달 16일 KBS교향악단이 실내악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장: 고전주의 시대로 다시 돌아와 보자. G 장조로 쓰인 베토벤의 가곡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은총을 노래했다.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에게 있기를' '당신은 내 삶의 기쁨' 등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연인 사이의 정열에만 머물지 않고 숭고한 이타심이 느껴진다. 지난해 방송인 유재석이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깜짝 협연하며 하프로 연주한 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 현대 대중음악에서도 G 장조엔 축복이 넘쳐나는 듯하다. 비틀스의 노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대표적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결국엔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될 것'이라는 가사처럼 축원의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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