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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감금 살인' 막을 수 있었다? 피해자 가족 고소에도 경찰 불송치

입력
2021.06.16 18:30
수정
2021.06.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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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이미 상해죄로 고소…불송치 처분
4월엔 대구서 가족들이 피해자 실종 신고도
경찰 "범행 동기 관련성…불송치 과정 확인 중"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박모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안모씨와 김모씨가 15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박모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안모씨와 김모씨가 15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피스텔에 동거인을 감금해 가혹행위를 한 끝에 사망하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 2명이 구속된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해 이미 이상신호를 감지해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이번 사건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6일 연남동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 박모씨가 동거인 안모(20)씨와 김모(20)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피해자 가족이 박씨를 대리해 이들을 대구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할 문제로 사건을 이송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안씨와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 4월 30일 대구에 사는 피해자 가족들은 박씨를 찾기 위해 대구 달성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와 김씨가 피해자를 감금하게 된 동기에 해당 고소 사건 및 실종 사건이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영등포경찰서에서 불송치 결정을 한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고소 이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수사가 가능한 만큼 경찰은 당시 사건 처리의 적절성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13일 오전 6시쯤 '동거인이 위험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피스텔 화장실 안에서 나체로 숨져 있던 박씨를 발견했다. 당시 박씨가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로 폭행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동거인 안씨와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두 사람은 박씨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선 일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이 박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혐의를 중감금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세 사람은 학창 시절 동창으로 금전 문제로 함께 살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할 정도의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사망 경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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