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 달게 받겠다"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 조아린 5·18단체

입력
2021.06.16 16:09
수정
2021.06.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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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지의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16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를 위한 잔해물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이곳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지의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16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를 위한 잔해물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이곳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동구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개입해 이권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직폭력배 출신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문흥식(60)씨가 지난 13일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찰은 "현재 문씨에 대해 귀국을 설득 중이고 수사팀과는 연락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16일 공동 사과문을 내어 "5·18단체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내와 포용으로 지켜봐주시고 감싸주셨던 시민 여러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5·18유공자라는 명예는 무한한 도덕적 면책 특권이 아니다. 어떤 행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 면죄부가 아니다"며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더라도 그것이 부도덕과 탈법, 부정과 부조리를 정당화시키는 사면장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시민이 참여하는 자정위원회를 만들 것"이라며 "시민의 눈과 기준으로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5·18 유공자의 품격에 걸맞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갖추겠다"며 "내부의 엄격한 규율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5·18 유공자 단체로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찍질을 달게 받겠다"며 "시민들의 꾸짖음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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