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부사관 안아 올린 간부… 군법원은 성추행 '무죄' 대법은 '유죄'

입력
2021.06.16 12:00
수정
2021.06.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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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안아 올리고 뒤에서 안은 상관
군법원 "자연스런 신체접촉 추행 아냐"
대법 "성적 만족 목적... 다시 판단하라"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사관을 안아 올린 상관의 행위가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일 수 있다"며 성추행 혐의를 무죄를 판단한 군사법원 결정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육군학생군사학교 전 간부 A씨에 대해 무죄를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부하인 여성 부사관 B씨에게 "너와 추억을 쌓아야겠다. 너를 업어야겠다"고 말하며 B씨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한 산림욕장에서 "물 속으로 들어오라"며 B씨를 안아 들어 올리거나, 스크린야구장에서 야구 스윙을 가르쳐준다며 B씨 뒤에서 손을 잡고 끌어안아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 군사법원은 A씨 행동을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면서 무단이탈 혐의 등과 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인 2심 군사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A씨와 피해자의 관계, 전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는 임관해 오랜 기간 복무한 남성 군인이고, B씨는 임관해 약 1년간 복무한 여성 군인으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상관과 부하 관계였다"며 "여성에 대한 추행에서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A씨가 B씨에게 업무 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A씨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뤄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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