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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 200만 흥행 쏘아올린 2인 "극장은 처음엔 관심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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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처참했다. 1월은 특히 흥행 혹한기였다. 연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박스오피스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극장이 무너져도 흥행작은 나왔다. 1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영화진흥위원회 집계 15일 기준 211만3,931명)은 상반기 극장가 최고 히트상품이다. 흥행 이변을 일으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220만8,435명)에 이어 관객 순위 2위에 올랐다.
‘귀멸의 칼날’ 선전 뒤에는 배급사 워터홀컴퍼니가 있다. 2019년 설립돼 대표 포함 직원이 달랑 2명인 초미니 회사다.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코로나19로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상반기 배급사 흥행 순위 2위를 차지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조직으로 일군 흥행 성과는 아니었다. 주현 워터홀컴퍼니(40) 대표와 최승호(46) 배급이사가 흥행 이변을 이끌었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두 사람을 만나 ‘귀멸의 칼날’ 흥행 뒷이야기를 들었다.
‘귀멸의 칼날’의 수입사는 에스엠지홀딩스다. 이전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4편만 수입해 개봉한 영화사다. 에스엠지홀딩스는 ‘귀멸의 칼날’을 지난해 수입한 후 최 이사에게 배급 업무를 의뢰했다. 최 이사는 CGV 편성전략팀 등에서 19년을 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막 퇴직한 때였다. 소속 회사 없이 홀로 일하던 최 이사는 옛 직장 동료인 주 대표를 찾아갔다. “이런 영화 혹시 아냐”며 협업을 타진했다. ‘귀멸의 칼날’을 오래전부터 주시하고 있던 주 대표의 답은 “무조건 해야 한다”였다.
지난해 7월 개봉 작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흥행 전망은 밝지 않았다.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들은 영화 제목을 듣고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에게 ‘귀멸의 칼날’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영화였다. 최 이사는 “‘어 이런 영화도 있구나’ 정도 반응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극장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일본에서 크게 흥행하며 기대가 부풀어 갔으나 ‘대박’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극장의 반응은 좀 나아졌다 해도 “뜨뜻미지근”(최 이사)이었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반일 정서와 불매운동 여파도 감안해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연말 개봉하려다 공개 시기를 한 차례 미뤄야 했다. 최 이사는 “극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10만 관객만 들어도 선전이라 했는데 저는 20만, 30만 명 정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귀멸의 칼날’의 흥행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주 대표조차 관객 최대치를 “50만 명 정도”로 내다봤다. 최 이사는 “개봉일이 밀리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그제서야 흥행을 예감했다.
‘귀멸의 칼날’은 개봉한 지 5개월 가까이 됐음에도 전국 상영 스크린 수가 165개(15일 기준)다. 보기 드문 장기 상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제작들이 개봉을 피하면서 ‘귀멸의 칼날’이 여러 스크린에서 오래 상영될 수 있어 마니아 관객의 반복 관람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영화계에서 나오기도 한다. 210만 명 흥행 기록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덕을 봤다는 것. 주 대표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지만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더 잘됐을 거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귀멸의 칼날’의 극장 매출은 203억 원가량이다. 배급 대행 수수료가 대체로 수입사 수익(극장 매출의 50%가량)의 10%인 점을 감안하면 워터홀컴퍼니가 가져갈 수익은 최대 1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주 대표와 최 이사는 ‘귀멸의 칼날’ 흥행을 행운으로 여긴다. 코로나19로 극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지극히 드문 일로 생각하기도 한다. 최 이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영화인 모두가 흥행 예측을 할 수 없어 두려워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정상화 돼 제대로 영화 마케팅을 하고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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