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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링 오른 윤석열 정조준 "작은 흐름은 다 지나간다"

입력
2021.06.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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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 측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 측 제공

“지금 작은 흐름이나 격랑은 다 지나간다.”

더불어민주당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마침내 정조준했다. 작심한 듯 그간 윤 전 총장에게 아껴왔던 특유의 직설 화법까지 꺼내 들었다. 윤 전 총장이 캠프를 꾸리는 등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자 견제구를 던지며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15일 자신의 지지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최한 ‘6ㆍ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토론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민심의 강은 흐르는 것이다. 결국 종점에서 국민의 선택은 정해질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을 ‘반짝 인기’로 치부하며 은연중 비교우위를 드러낸 셈이다.

이 지사의 이날 언급은 지금까지 ‘경쟁자 윤석열’을 대할 때 겸양으로 일관했던 태도와는 분명 달랐다. 앞서 10일 국회를 찾아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해 국민의 훌륭한 도구가 되길 바란다”며 덕담만 건넸다. 이 지사가 닷새 만에 발언 수위를 확 끌어 올린 건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입노릇을 할 언론인 출신 인사를 잇달아 낙점하고, 11일엔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고 자세를 낮추는 등 대권 도전에 필요한 정치 공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지사 스타일답게 자신감은 충만했으나 경쟁자의 무게감 때문인지 긴장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와 관련, “공수처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의 해석처럼 공수처 수사가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저도 의견이 없는 게 아닌데, 윤 전 총장이 먼저 대답한 다음에 답하는 걸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윤 전 총장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온 국민의힘 입당을 저울질하는 상황을 겨냥한 신중 발언이다.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의 진원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 대표가 능력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평소 여성할당제 등 차별 시정 방안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실질적 공정을 위해선 차별받는 약자나 소수자에 대해서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이 대표와 각을 세웠다. ‘이준석 현상’을 놓고도 “극우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경선 연기론, 개헌론 등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주장 역시 싸잡아 비판했다. 경선 연기론에는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특이한 동물을 데려다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거침없는 발언은 당연히 1위 주자로서의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민주평화광장 대표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민주평화광장 출범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해무익한 경선 연기론 논란을 조속히 종결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지지 모임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도 교수ㆍ연구자 160명이 당내 경선 연기 논쟁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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