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이어 폭력 패거리까지… 보폭 넓히는 '광주 참사' 경찰 수사

입력
2021.06.15 17: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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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합 사무실 등 3곳 압수수색
조폭 출신 전 5·18단체장 미국 도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오후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광주 동구 건축과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하도급 업체 대표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광주시·동구·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오후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광주 동구 건축과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하도급 업체 대표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광주시·동구·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동구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폭력 패거리 연루설(說)까지 터져 나오면서 경찰은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사무실과 광주 동구청(주무 감독청), 광주시(해체공사감리자 모집)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학동 4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사무실과 동구 건축과, 광주시 도시경관과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사고 당시 현장에서 철거 공사를 진행했던 ㈜한솔기업 현장관리인 강모씨와 2차 하도급업체 ㈜백솔건설 대표 조모(47)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특히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문흥식(60)씨도 입건했다. 조직폭력배 관리 대상인 문씨는 지난 13일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문씨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 신청을 외교부에 내고 신병을 확보키로 했다.

사업 구역 주변에선 문씨가 자신의 친구인 폭력 패거리 조직원 A씨를 내세운 뒤 배후에서 이권이 걸린 사업을 조종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4구역 재개발사업 사정을 잘 아는 한 주민은 "A씨가 소속된 폭력 패거리가 2005년 3월 시작된 학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때부터 재개발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 사업을 두고 한때 A씨 패거리와 문씨 조직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며 "결국 문씨가 학동3구역을 먹었고,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도 A씨를 통해 핸들링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2005년 8월 설립된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 추진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듬해 5월 재개발사업 컨설팅 전문회사인 M사와 체결한 정비사업 업무 대행 용역 계약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M사의 호남지사장을 지내다가 2007년 4월 직접 재개발사업 대행업체를 설립한 뒤 아내 명의로 운영했다. 이 주민은 "문씨가 철거 공사와 관련해 불법 재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안다"며 "업체 선정 스펙(평가요소)은 결국 돈인데, 이 사업은 업자가 돈을 넣고 공사를 수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씨는 HDC현대산업개발을 학동3구역과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하는 데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 두 구역 사업 모두 업무 대행업체(M사)와 철거 공사 1차 하도급 업체(한솔기업)가 똑같았다. 문씨 지인은 "문씨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면서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내 친구도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특정 공사를 따내려고 문씨 측근에게 들이댔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다"며 "문씨는 배후에서 조합이 발주할 수 있는 서너 개 공사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고, 문씨와 A씨는 한 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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