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변인 정치를 시작했다. 이동훈 대변인은 전날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는 첫 메시지를 낸 데 이어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소환’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정권 교체’를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 관련 질문에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할 것”이라는 모호한 말만 거듭하며 출마 선언 시기나 방식에 대한 궁금증을 피해갔다. 공식 창구가 등장하면서 측근들의 중구난방식 ‘카더라’ 전언은 사라졌다지만, 언제까지 뜸만 들이겠다는 것인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베일에 싸인 윤 전 총장의 행보도 달라지지 않았다. 잠행 석 달 만에 최근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깜짝 등장했다가 다시 물밑으로 사라졌다. 동교동의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 대권 수업을 위한 ‘열공 모드’로 돌아갔다는 사실도 나흘 만에 대변인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신비주의 전략일지 모르겠으나 정치 공부를 위한 잠행이 길어지면서 “언제까지 공부만 할 건가”라는 피로감 섞인 비판론도 불거진다.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대선 주자가 장기간 정치 비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윤 전 총장의 합류를 기다리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싹트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 말고도 국정을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권 수업 명목으로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증대에 오르라는 공개적 요구나 다름없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채 9개월도 남지 않은 기간을 감안하면 ‘정치인 윤석열’을 검증할 시간이 빠듯하다. 검증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마 선언을 늦추는 것이라면 공정과 정의라는 이미지로 확보한 지지율도 거품이 될 수 있다. 하루속히 정치 참여 선언을 통해 시대정신을 밝히고 최고 공직 후보자가 되기 위한 검증대에 오르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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