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미얀마 군부 포위작전에… '생후 6일' 난민촌 아기 감기로 목숨 잃어

입력
2021.06.15 18:05
14면

장마로 인한 감염, 약 구하지 못해 사망?
난민 구호용 의약품마저 불태우는 軍?
카야ㆍ민닷 영유아도 고립 작전 피해

11일 미얀마 군병력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탄 페콘 마을 난민 구호용 의약품의 잔해. SNS 캡처

11일 미얀마 군병력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탄 페콘 마을 난민 구호용 의약품의 잔해. SNS 캡처

미얀마 동북부 산간지역 샨주(州) 페콘 마을에서 거주하던 A씨와 만삭의 아내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지난달 말 쿠데타군을 피해 숨어 있던 동네 교회에 포격이 이어지면서 옷가지와 비상약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 인근 밀림 속 난민촌은 상황이 최악이었다. 의류와 비상약은 고사하고 비바람을 막아줄 가림막과 담요, 식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미얀마 동북부는 6월부터 우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바깥 상황을 알 리 없는 아기는 이달 초 난민촌에서 예정대로 태어났다. 며칠 동안 모유를 잘 먹던 아기에게 탈이 생긴 건 장마가 본격화되면서다. 갈수록 떨어지는 기온과 가시지 않는 습기가 감기를 불렀고, 아기의 열도 떨어지지 않았다. 난민촌 내 약품은 복통약이 전부. 보다 못한 청년들이 마을로 감기약을 찾으러 갔지만 이들은 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태어난 지 6일밖에 지나지 않은 아기는 비가 끊이지 않던 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샨주의 비극은 지난 11일 쿠데타군의 만행으로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당시 군병력이 페콘 마을로 진입하던 난민 구호용 물자 호송 트럭과 구급차를 공격, 차량을 포함해 쌀과 식용유ㆍ의약품을 모조리 불태웠기 때문이다. 15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샨주와 마찬가지로 군부의 봉쇄작전이 진행 중인 카야주와 친주 민닷 난민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29일 카야주 난민촌 내 한 영유아도 고열로 사망했다. 한 달째 고립된 민닷 난민촌의 경우, 영유아 10명 이상이 비상약 부족으로 생사가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시의회 내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왼쪽)의 모습. 미얀마 국영TV 캡처

지난달 2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시의회 내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왼쪽)의 모습. 미얀마 국영TV 캡처

현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군부가 장악한 법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치 고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도 네피도 시의회 내 특별법정에서 진행된 3·4차 공개 재판에 출석했다. 전날은 수출입법 위반 등 3개 혐의, 이날은 선동죄 등 2개 혐의에 대한 속행 공판이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한 수치 고문이지만, 그의 발언권은 없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관들이 5시간 넘게 자신들의 주장만 떠들어 반대심문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서다.

수치 고문은 지난달 24일 첫 공개 재판 이후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도 그의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이 건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재판 내내 굉장한 주의를 기울였다"고만 밝혔다. 향후 수치 고문은 추가 기소된 공무상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양곤 동부지방법원으로도 출두해야 한다. 지난주 7번째로 기소된 부정방지법 위반 혐의 재판은 병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수치 고문의 첫 선고 공판은 6개월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8월 26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재호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