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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따기'는 ESG경영이 아니다

입력
2021.06.15 20:00
25면

편집자주

바야흐로 ESG의 시대다. 기업, 증시, 정부,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ESG를 얘기한다. 대세로 자리잡은 'ESG의 경영학'을 하나씩 배워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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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주제로 토론하다 보면 대체로 ESG 경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ESG 경영이 중요하다고 해서 경영에 적용하려고 공부를 했지만 하면 할수록 숙제의 종류가 많고 해법도 너무 어려울 뿐 아니라 사회와 금융시장에서 요구하는 속도도 너무 빠른 것 같아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분야 중에서 탄소중립 문제 하나만 해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그 변화를 따라 가려면 과도한 비용과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환경분야의 폐기물, 공업용수, 포장재 문제 외에도 사회분야 구성원의 다양성, 동반성장, 지배구조분야의 이사회 독립성 등 다른 수많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ESG 평가점수가 높아진다고 하니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더구나 ESG를 평가하는 기관도 무수히 많을 뿐 아니라 평가방법도 각각 다르니 어떤 평가기관의 잣대에 맞춰서 개선과제들을 도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들도 들린다.

모든 불만엔 다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3가지 관점에서 해결방법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모든 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아무리 평가기관이 많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평가항목이나 평가기관은 어차피 1~2개로 집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걱정할 바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되는 평가기관의 평가방법을 연구한 후 그에 대한 리스크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대부분의 평가기관의 평가 대비 활동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ESG 평가기관들로부터 100점의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영 활동의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집착하다가 엄청난 비용과 수많은 숙제 더미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단은 리스크가 가장 큰 항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 분야에 대한 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평가기관들이 평가하고자 하는 1차적 목적 자체가 투자기관에 리스크가 있는 투자대상이 어떤 회사인지를 알려주는 것에 있음을 감안하면 가장 큰 리스크 요소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세 번째, ESG 제반 요소 중 리스크 요소를 발견하여 이를 개선해 나가는 활동을 하는 동시에 ESG 요소 중에서 소비자나 시장에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사의 장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즉, 모든 항목을 다 잘하는 것보다 리스크 항목을 최소화시킨 상태에서 소비자와 시장에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특별히 강한 분야 한두 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더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SG 평가점수 높이기 차원의 경영은 단기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설령 많은 노력을 해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해도 정작 해당 기업의 미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단지 의미 없는 점수 따기 활동에 그칠 공산이 높다.

ESG 경영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환경과 시대 변화의 현상을 경영철학과 기업문화에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좋은 철학과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라면 ESG 평가점수는 물론 소비자의 사랑도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이형희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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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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